덥다고 무조건 피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적당한 노출과 휴식이 함께 이뤄져야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여름 날씨에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매년 그렇지만 올 여름은 더욱 덥게만 느껴진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이보다는 더위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자세라 할 수 있겠다. 더위와 싸우다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방관이나 주조공장 근로자들, 완전 군장을 메고 훈련에 임하는 군인들과 같이 극도로 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지난 몇 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극도로 더운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열기’를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밝혀졌다. 물을 많이 마시고, 카페인, 알콜 등을 멀리하라는 기본적인 상식 이외에 과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신선한 ‘더위 적응방법’을 소개한다.
<정구훈 기자>
▲무조건 피하지 마라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일정기간 더위에 꾸준히 노출된다면 이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겨 수월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극한상황 속에서 인간의 적응력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마이클 사와카 교수는 “인간의 열에 대한 적응력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꾸준히 노출하다보면 그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시간이나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있을 필요는 없다. 약 4일에서 10일 동안에 하루 평균 100분 동안 더위에 노출돼 있다 보면 자연스레 더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에어컨이 틀어진 자동차에서 나와 타는 태양으로 달궈진 아스팔트에 올라가보면 ‘열 섬’(Heat Island)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타오르는 태양 아래 건물 옥상과 인도의 온도는 공기 온도보다 무려 화씨 50~90도가량 더 높다.
반면 나무와 그늘이 있는 녹지공간은 상황이 다르다. 식물은 태양열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에어컨 역할도 한다. 식물이 땅에 있는 수분을 빼앗아 인근 온도를 낮춰져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위에 지친 도심을 떠나 자연공간으로 간다면 더 시원해질 수 있다.
▲적당한 휴식 필수
과열됐다고 느껴진다면 일단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늘이 지거나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곳 등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것이 좋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휴식을 가져야 한다. 심부체온이 내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짧은 휴식으로는 쉬는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
심부체온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 내려가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최소 15분 이상은 그늘이나 시원한 곳에서 열기를 식혀야 한다.
▲땀을 닦지 마라
더위에 맞서기 위한 방향으로 인간은 진화했다. 더울 때 피부 표면으로 피가 더 많이 가거나 땀이 흐르는 것은 모두 체온을 내리기 위한 모습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땀이 흐른다면 이를 닦지 말고 피부로부터 자연스레 증발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만약 더 빨리 시원해지기를 원한다면 팔을 시원한 물에 팔꿈치까지 넣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소방관이나 더위에 지친 군인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팔은 표면 대비 가장 많이 더워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통해 더 빨리 체온을 내릴 수 있다.
▲조명을 관리하라
백열등 한 개에서 나오는 열은 상당하다. 시간당 보통 백열등 한 개에서 나오는 열의 양은 약 85BTU에 이른다. 1BTU는 화씨 1도 온도의 물 1파운드를 달구기 위해 필요한 열에너지 수치다.
좀 더 쉽게 비교하기 위해 작은 형광등 한 개에서는 30BTU가 나오고 발광다이오드의 BTU는 3.4에 불과하다. 따라서 백열등보다는 형광등이, 형광등보다는 발광다이오드가 사무실이나 가정집 실내온도를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컴퓨터나 TV, 스마트폰 등에서도 많은 열이 나온다. 그러니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가급적 꺼두는 것이 실내온도를 낮추는데 좋다.
▲바람을 활용해라
에너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도 시원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남향 창문을 만드는 것이다.
창을 열어놓고 밤에 잠을 자면 바람이 자연스레 실내공간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새벽 내내 차가운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와 시원하게 잠들 수 있다. 공기가 자연스레 순환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창문을 열어 놓으면 별다른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도 않고도 시원해질 수 있다.
▲대중 공간을 사용하라
에어컨이 전기 먹는 괴물이기는 해도 작업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작업 효율성은 내려가게 된다.
따라서 더운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시원한 대중 공간을 활용하는 것 역시 지혜로운 방법이다. 커피샵이나, 공공 도서관 등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가 일을 하면 더위도 쫓고 업무 효율성도 올라가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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