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돈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날카롭게 파헤친 이 책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반성을 촉구한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가 아프게 배운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르침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소중한 교훈이다.
세상의 모든 사업이나 장사의 첫째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것도 되도록 빨리, 많이…. 그러나 무슨 짓을 하던 돈만 벌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기업의 윤리, 장사꾼의 양심 같은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사회도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으로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사람의 생명까지도 돈벌이의 대상이 된다. 돈이면 다 통하는 세상이다. 영어 속담처럼 돈이 모든 것을 말한다(Money talks).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신이다. 물신숭배(物神崇拜)의 세상… 게다가 인간의 욕망은 한도 없고 끝도 없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런 추악한 실상을 상세하게 파헤친다. 사람의 목숨까지도 사고파는 일그러진 탐욕의 현실까지 낱낱이 고발한다. 얄팍한 ‘장사치’와 ‘상인’(商人)은 다른 것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돈을 잘 벌어도 기본을 지키고, 긍지와 존엄을 유지하지 않으면 한낱 장사치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없다.
한국의 대기업들과 미국의 기업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장사가 다 돈보다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해야겠지만, 특히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사의 경우는 한층 윤리적으로 엄격해야 한다. 음식물, 의료, 약품 등이 그렇고, 대기업들이 몰래 저지르는 공해문제나 산업재해 등이 그렇다. 그래서 불량식품, 터무니없는 과장광고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안경업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건강과 직결된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항상 정직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곤 한다.
물론, 원칙을 지키며 바른 길을 걷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볼 때,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묵묵히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믿음을 가지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다. 나를 사랑하면 자연히 남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일… 상인의 긍지와 자존심도 결국 그런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록펠러가 아들에게 쓴 편지의 마지막 말을 다시 읽어본다. “사람은 말이다, 살면서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의 삶과 죽음을 존엄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는 거란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말과 이론이 넘쳐나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쌓여야 큰 기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된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부터 먼저”라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과 비즈니스가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고, 자본주의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들에게 바라기 전에 우선 나부터 그런 올바른 경영인이 되기 위해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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