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혈압은 적절한 약물치료나 식이요법, 체중조절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러 가지 고혈압약을 복용하더라도 혈압조절이 힘든 환자가 있다.
신장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발생하는 신혈관성 고혈압이나 콩팥 위쪽에 위치한 부신에 생기는 종양, 특히 갈색세포종(pheochromocytoma)에서 만들어지는 아드레날린의 과다분비로 인한 고혈압은 일반 고혈압 약으로는 치료를 할 수 없다.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40대 여성인 김모씨는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평소에 특별한 질병이 없었던 김씨였지만 6개월 전부터 가끔씩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경험했고 혈압이 올라갈 때는 두통을 동반했다. 하지만 김씨가 병원을 찾아갈 때는 혈압이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날은 김씨가 아침식사 후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는데 출근 후 심한 복통과 함께 진땀이 심하게 났다. 또 두통과 심한 구역질도 함께 느꼈다. 김씨는 처음에는 맹장염인줄 알고 병원을 찾아왔다.
김씨를 검진한 소견은 혈압이 160/90mmHg이었고 맥박이 분당 110회로 조금 빨랐으며 체온은 정상이었다. 이학적 복부 검진상 우측 하복부에 반발통(흔히 맹장염이나 복막염과 같은 외과적 수술을 요하는 경우에 보이는 소견)을 보였고 안색은 통증으로 인해서 창백해 보였다. 급성 맹장염(충수돌기염)을 의심하고 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검사상 부신에 10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고 맹장염의 소견은 없었다. 복부 CT검사 상 부신에 10cm 종양을 확인한 후 외과적 절제술을 위해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가도록 했다.
갈색세포종은 1년에 100만 명당 5명 정도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 갈색세포종은 흔히 40~50세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고 고혈압 환자의 0.1%에서 갈색세포종이 발견된다. 최근에 CT나 MRI 등의 영상기술의 발달로 갈색세포종의 발견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은 증상이 없는 경우로 우연히 발견되고 있다.
갈색세포종의 증상은 고혈압이나 빈맥, 손떨림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등 교감신경계 과잉반응과 비슷하고 종양이 커지면 위의 사례와 같은 복통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드물게 여러 가지 고혈압 약을 복용해도 조절되지 않는 악성고혈압의 원인으로 갈색세포종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신은 우리 인체에서 스트레스 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카테콜아민, 즉 에피네프린, 놀에피네피린(통틀어 아드레날린이라고 부른다)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면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때 증상은 맥박이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혈관수축과 위장의 움직임이 감소되는 것을 본다.
이런 물질의 분비를 담당하는 기관인 부신에 종양이 생기거나 부신이 커지게 되면 이러한 물질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부신 적제술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종양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functioning tumor)인지 비기능성 종양(non-functioning tumor)인지를 먼저 조사하고 기능성 종양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수술 전에 적절한 수분과 염분을 공급하고 카테콜아민에 대한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수술실에 준비해야 한다. 수술 중에 심한 고혈압이 발생할 때는 항카테콜아민성 혈압강하제를 정맥 주사하고 혈압을 적정하게 낮추어야 한다. 일단 부신 적출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예후는 좋고 고혈압으로 관련된 합병증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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