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적 인물이 누군지 아십니까. 김정일 입니다.” 10년 여 전 당시는 국회의원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 도지사가 한 사적 모임에서 한 말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후 힘깨나 쓴다는 대한민국 정치인이면 평양을 찾아가 김정일과 면담하는 것은 아예 정치적 통과절차 같이 됐다. 너도, 나도 북한방문으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좌파진보 전성시대라고 할까. 그런 분위기에서 김정일을 비판하는 발언은 일종의 자살행위였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다. 지성인으로 행세하려면 으레 반미(反美)를 내걸어야 했다.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김정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는 선거결과는 보나 마나입니다. 정부 요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양 측의 눈에 나면 경질되기 십상입니다.” 김정일을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적 인물로 꼽은 이유였다.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10년여 세월이 흘러 2014년 10월도 하순께. 거의 같은 타이밍에 두 건의 뉴스가 한국의 주요 일간지 인터넷 판에 나란히 올랐다.
비교적 오랜만에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신상이 소개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다섯 명을 초대해 만난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회의를 열고 이들을 초청해 환담을 나눈 것이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반대단체들은 임진각에서 노숙까지 하며 기다렸다가 행동으로 나섰다. 농사용 트랙터 20여대를 동원한 주민, 시민단체 등 400여명은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삐라’ 다시 말해 대북전단 살포를 결사적으로 저지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극심한 이념갈등을 겪었던 해방정국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계란이 날아다니고 몸과 몸이 충돌한다. 그 아수라장 같은 남남갈등의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의 말이다.
‘김정일 매직’은 한동안 통했다. 그 주술이 풀리면서 인권사각지대 북한의 참담한 실상이 드러났다. ‘Never Again!’- 공권력이 동원된 인간말살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그래서 제정된 게 미국의 북한 인권법이다. 2004년 10월18일 미 의회는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가결했다.
이후 북한인권법은 대세가 됐다. 유럽연합이 관련법을 제정했다. 캐나다가 일본이 뒤따랐다. 유엔도 나섰다. 단순한 북한 인권결의안 정도가 아니라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부 당국자들을 반인륜범죄자로 처벌하는 방안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 인권법이 한국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다. 그 법안이 제출되면 결사적으로 막는다. 매년 되풀이 되는 야당의 행태다. 그러면 여당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그러기를 10년째다. 그 정황에서 또 다시 불거진 게 남남갈등이다.
“어쩌면 그럴 수가…” 절로 나오는 탄식이다. 남남갈등을 노린 북한 의도에 번번이 말려드는 한국 사회. 10년이면 강산도 달라진다는데 그 모습은 전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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