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있는 파나마는 원래 콜롬비아 땅이었다. 정글과 높은 산, 더위와 풍토병이 만연한 버려진 땅이었지만 단 하나 다른 어떤 지역도 넘볼 수 없는 강점이 있었다. 남북미를 통 털어 대서양과 태평양의 거리가 가장 짧은 지점이라는 점이다.
파나마 운하가 있기 전 남쪽으로 길게 뻗은 남미 대륙 때문에 태평양으로 가려면 수천 마일을 돌아가야 했던 유럽 운송 회사들에게는 미주 대륙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운하의 필요성은 절실했다.
1881년 수에즈 운하를 완성한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드디어 파나마 운하 공사에 착수하지만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평지에 땅만 파면 되는 수에즈와 파나마는 자연 화경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파나마 한 가운데 있는 산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는 난공사와 말라리아 등 풍토병으로 무려 2만2,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후 파나마 운하 건설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유럽도 유럽이지만 태평양과 대서양을 모두 접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파나마 운하의 필요성은 더 절박했다. 프랑스의 뒤를 이어 미국이 이를 건설하기로 하고 콜롬비아 정부와 운하지대 영구 임차권을 따냈지만 이 안은 콜롬비아 의회에서 부결되고 만다.
그러나 그 정도로 포기할 미국이 아니었다. 이 일대 독립을 원하던 반군을 부추겨 파나마 독립을 선언하게 하고 미 함대의 보호 속에 파나마 정부가 수립되자 즉각 이를 승인한 후 파나마 운하 조약을 맺고 1904년 공사에 들어갔다. 파나마는 운하를 만들기 위해 생긴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4년 장장 10년에 걸친 난공사 끝에 총 연장 48마일의 파나마 운하는 완성되고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던 배는 7,800마일을 절약하면서 마젤란 해협의 거친 파도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여러 개의 도크를 통해 엘리베이터 식으로 배를 나르는 파나마는 ‘현대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린다.
그러나 이제 곧 파나마 운하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할 전망이다. 통신회사로 억만장자가 된 중국의 왕진이 500억 달러를 들여 인근 니카라과에 파나마 운하보다 3배나 길고 폭도 넓은 신 운하를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공사에 들어간 이 운하가 완성되면 연 2만5,000척의 배가 이곳을 통과하고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우선 억만장자라고는 하지만 개인이 이런 대역사를 이룰 능력이 있겠느냐는 점과 이로 인한 환경 파괴가 어마어마할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제일 가난한 니카라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운하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예정대로 5년 후 이 운하가 완성돼 파나마를 능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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