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미국인들이 선잠에서 깨는 날이 있다. 일명 ‘서머타임’이라 불리는 일광절약 시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서머타임 때문에 지난 주말 미국인들은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했다.
서머타임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1784년 주프랑스 대사로 파리에 살던 프랭클린은 파리 시민들이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자는 것을 보고 해가 뜰 때 맞춰 일어나고 해가 질 때 맞춰 자면 6,400만 파운드의 초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해냈다.
이런 프랭클린의 생각은 오랫동안 파묻혀 있다 1918년 빛을 보게 됐다. 제1차 대전에 참전한 미국이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해가 일찍 뜨는 봄에는 한 시간 앞당기고 가을에 다시 늦추는 일광절약 시간을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1차 대전이 끝나면서 사라졌지만 2차 대전이 터지면서 부활됐다.
그러나 그 시행을 주에 맡겼기 때문에 주마다 시간이 달라 혼란이 극심했다. 1966년 연방 의회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 통일법’(Uniform Time Act)을 제정, 연방 정부가 일광 절약 시간을 정하되 주정부는 여기서 탈퇴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이에 따라 지금도 애리조나와 하와이는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가 뜰 때 맞춰 일어나 해가 질 때 맞춰 자면 조명에 들어가는 전기는 절약할 수 있지만 추울 때 활동해야 해 히팅 비용이, 여름에는 더울 때 일을 해야 해 에어컨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때 부분적으로 일광절약 시간제를 실시한 인디애나 주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서머타임을 실시한 카운티가 실시하지 않은 카운티보다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조명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난방과 에어컨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한 비용 증가액은 900만 달러에 달하며 함께 유발된 공해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고 550만 달러까지 더 들어간다. 해마다 봄가을 시계를 맞추느라 고생하고 잠을 설친 결과가 이렇다면 이 제도를 왜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제도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계속 줄어들고 반대하는 미국인은 나날이 늘고 있다. 2013년 라스무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7%가 이를 지지하는 반면 반대하는 사람은 45%에 이르고 있다. 지금 일광 절약 시간이 시행되는 기간은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인데 비해 원래 시간이 적용되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됐다.
정히 이를 시행하고 싶으면 아예 미국 전체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이 옳다. 서머타임 기간 동안 교통사고와 우울증, 자살이 모두 증가한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온 미국인이 일광절약 시간이란 불편에서 해방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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