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날씨는 참 별났다. 1월까지는 비정상적으로 온화하고 눈도 오지 않더니, 2월 들어서는 차디찬 칼바람을 동반한 눈이 자주 내리고, 눈비와 찬 싸라기가 섞여 내리는 전형적 겨울 날씨가 계속되었다. 때로는 새벽과 오후 날씨가 수십도 차이가 나는가 하면, 어제와 다음날 날씨가 낮과 밤처럼 차이가 나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기도 했다. 작년 가을에 개인 주택에서 자그마한 콘도로 이사한 후 더 이상 지겨운 눈 치우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니 눈 오는것 구경만 하면 된다고, 은근히 눈이 많이 오기를 바라는 못된 심통을 가졌었는데, 실망이 크더니 그 바램이 2월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당나라 때 시인 우무릉이란 사람의 유명한 시 구절에 “꽃이 필 때는 그만큼 비바람도 많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세상사에는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 인생에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어두운 날들이 있음을 감지하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 좀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줄도 못하는 삼중장애를 가진 S군의 어머니는 그 아들을 키우며 겪은 일들을 나누는 간증집회에서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어려운 시련이 있나 하는 마음으로 심한 분노와 좌절에 몸부림쳤다 한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나중에 이분이 믿음으로 깨달은 것은 “남들에게도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왜 자기는 예외가 되어야 하나?”, 혹시 본인이 무의식중에 “내 자식 만은 건강하고 완전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차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며, 더 나아가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이런 장애아를 키우는데 본인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시고 그 애를 자기에게 맡기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이제는 기쁨으로 아들을 키운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믿음의 위대한 능력이라 하겠다.
인생의 연륜이 쌓일수록 가난과 부요, 행복과 불행은 마음가짐, 삶의 태도이지 결코 물질 같은 외형적 조건에 따르는 개념만은 아닌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비록 소유한 것이 넉넉하지 못해도 늘 감사함으로 좀 더 힘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 삶은 부요하지만, 물질이 풍부해도 더 갖지 못해 늘 노심초사하며 그래서 가진 것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하겠다.
우리의 인생길에 언제 시커먼 폭풍우와 성난 파도가 밀어 닥칠지 모르기에, 또한 우리가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기의 목숨까지도 결국은 상실될 것을 늘 인지하고, 의지적으로 상실을 수용하는 연습을 하는 삶을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영화감독은 자기가 만든 영화의 주인공이 죽는 장면 때마다 본인의 죽음의 연습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작가 정을병 씨가 쓴 ‘똑같은 분량의 흙’이라는 단편 소설에는 조물주가 모든 인간을 같은 분량의 흙으로 지었기 때문에 사람마다 흙의 분배에 따라 낫고 못한 점이 있지만 평균하면 마찬가지라는 흥미로운 이론을 주장한다. 모든 인간의 인생에도 행복할 때와 불행할 때를 평균하면 모두 비슷한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행복과 불행은 결코 가시적, 현실적인 조건만으로는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