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부다페스트 거리를 달리며 자기를 따라 오는(또는 추격하는) 개들을 돌아다 보고 있다.
[하얀 신 (White God) ★★★½]
‘개들의 반란’이라고 불러야 좋을 이 영화는 인간이 짐승에게 가하는 가혹한 행위를 비판한 우화이자 인종과 계급 차이에 대한 기소이기도 하다. ‘래시 컴 홈’의 살벌한 신판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어린 주인을 찾아온 갖은 모험과 위험을 겪으면서 달리고 또 달리는 황구의 의지가 가상하다.
신화적 분위기를 지닌 헝가리 영화로 볼만한 것은 개들의 연기다. 영화가 다정다감하다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톤을 갖추면서 감정적 곡선을 혼란케 만드는데 미물로 여기는 개들이 사람 뺨치게 영리하고 생각이 있어 마치 초현실적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은 부다페스트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백수 아버지 다니엘(산도르 소토)과 둘이 사는 13세난 영리한 소녀 릴리(소피아 소타). 릴리에게는 잡종인 황구 하겐이 유일한 친구인데 당국에서 잡종 개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다니엘은 하겐을 길에다 내다버린다.
주인 없는 홈리스가 된 하겐은 자기를 잡아 처리하려는 시공무원들을 피해 도주하다가 터키 인에게 붙잡혀 투견훈련을 받는다. 이 부분이 매우 잔인하다. 그러나 불굴의 정신을 지닌 하겐은 모진 고난을 참다가 탈출해 시내를 배회하는 주인 없는개들을 규합해 리더가 된다.
하겐은 이제 서서히 졸개 개들을 이끌고 인간에 대한 역습을 도모하는데 이 같은 하겐의 점진적인 발전은 자기를 찾는 릴리의 아버지를 비롯한 주위의 무지막지한 어른들에 대한 항거와 평행적으로 묘사된다.
릴리와 하겐은 일종의 국외자들로 서로 같은 처지인데 하겐이 졸개들과 함께 인간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이 긴장감과 공포감 가득히 연출된다. 히치콕의 ‘새들’에서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복수심에 불타는 하겐을 위무해 줄 사람은 오직 릴리. 마지막 부분이 충격적이다.
하겐 역의 개와 많은 개들의 일사불란한 연기를 담당한 조련사의 솜씨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릴리 역의 신인 소피아 소타도 아주 잘 한다. 기술적으로도 탁월한 작품으로 촬영이 아주 좋고 오케스트라 음악도 훌륭하다. 영화의 제목은 흑인만 공격하도록 훈련된 백구가 주인공인 새뮤얼 풀러 감독의 ‘백구’(White Dog·1982)를 연상케 한다.
코넬 문드루조 감독. 개가 나오고 소녀가 주인공이나 성인용이다.
Magnolia. 4월9일까지 뉴아트(310-473-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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