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메르스 감염자 1명이 합병증으로 숨진데 이어 태국에서도 오만에서 온 70대 사업가가 메르스 확진 판정으로 그의 가족과 함께 격리 조치됐다. 메르스는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미국도 안전지대는 아닌 듯 싶다. 미국의 방역 체계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과 이기적 자유주의 성향이 이곳까지 문제를 끌고 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친구와 식사를 하는데 기침을 하더라며 다소간의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지인의 말을 들은 다음에는 그와 수저를 담그며 나눠먹던 찌개에 더 이상의 손이 가지 않았다. 너무 지나친 걱정일까.
미국도 지난해 4월 1주일 간격으로 2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었다. 물론 조기 진압돼 확산은 없었고 이들도 10일 후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스스로 메르스 증상을 호소한 남성(42)이 검사 중 답답하다고 격리실을 부수고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가는 가하면 잠복기에는 제주도에 관광까지 다녀왔다. 대구의 한 메르스 감염 공무원은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아 격리 대상인데도 직장에도 나가고 회식, 사우나까지 간 사실이 드러나 대구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 같은 돌발 행동 사례는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이들의 돌발 행동으로 다 잡은 것 같던 메르스 사태가 타도시로 번지며 또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지경이면 언제 한국의 메르스가 이들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올지 모를 일이다.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방역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이 메르스 의심환자와 접촉했다는 의심이 들면 보건 당국에 알리고 타인의 전파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어야 한다. 군사 정권 이후 쏟아져 나온 신자유주의 사상이 한국인들에게 이기심만 불어 넣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일부 언론에서는 메르스로 자가 격리되면 대부분 계약직 용역들은 직장을 잃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대책 마련에 미흡한 한국정부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행동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생계를 위해서는 타인의 목숨까지 담보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방역이 우선이고 생계는 이후 국가가 책임지면 된다.
자가 격리자는 결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치료하다 미국으로 돌아온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간호사 케이 히콕스(33)는 메인주의 자택 격리 명령을 무시하고 남자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 논란이 벌어졌다. 그는 “(격리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내 인권이 침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확신에 찬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보는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한국 제일의 종합병원을 자랑하는 서울 삼성병원의 대처 능력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 병원 20층 VIP실에 이건희 회장이 입원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의 절반이 이 병원에서 감염 됐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며칠 전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한국의 병원 문화를 꼬집었다. 부모나 친척, 친구, 직장동료 등이 입원하면 꼭 병문안을 가야한다. 요즘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처럼 돈까지 전해준다고 한다. 환자보다 방문객이 더 많고 입원실 옆에서는 가족이나 간병인이 취식을 함께하며 간호를 하는 병원 문화가 화를 더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돗대기 시장’ 분위기에서 전염병을 막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다.
메르스는 병원내 또는 가족 간에 전파되지만 감기나 홍역처럼 쉽게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서로가 조심하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전염병이다. 그렇게 두려워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 살아가는 이곳 한인사회가 과연 이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민의식과 병원 문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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