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은 흑인들의 인권운동을 강제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한 역사가 있다. 그 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도 여전히 백인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데 대한 반발로 흑인들이 격한 시위를 벌이면 주 방위군을 투입하곤 한다.
미주리 주 퍼거슨시에서 흑인소년이 백인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야기된 흑인시위 사태 때도 그랬다. 흑인시위대가 거리에 들어서자 군용 지프가 이들을 막아선 것이다. 이런 공권력은 인종차별이 금지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950~1960년대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벌인 민권운동의 결과 1964년 인종차별 금지가 법제화된 후 흑인에 대한 차별행위는 그동안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권력을 통해서나 개인 혹은 집단적으로 가하는 차별은 여전히 상존해 있는 실정이다.
백인 경찰이 아무런 이유 없이 흑인들을 불심검문 하고 경미한 사안에도 차를 세우거나 차량 안을 뒤지는 행위 등이다. 백인경찰로부터 흑인들이 당하는 차별이 백인들보다 37%나 더 많은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또 흑인에 대한 증오심의 표출로 백인 우월주의자나 KKK단 같은 조직이 행하는 폭력도 여전하다.
지난달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에 대한 증오심을 참지 못해 유서 깊은 흑인교회를 상대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목사를 비롯, 최소 9명이 숨지게 한 사건이 그 예다. 이 여파로 미국사회는 혹여 흑인폭동으로 번질까 우려하며 경찰을 배치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내 인종차별 행위는 정말 사라지기 어려운 것일까. 이제는 미국의 대통령도 흑인이고 동성결혼까지 합법화된 마당에다 남북전쟁 시 노예제도를 옹호하던 백인군인들이 사용했던 남부연합기를 퇴출하자는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피부색이 무슨 문제이며, 인종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인종차별을 금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이제 어떠한 이유로든 모두 동등하다는 의미의 휴머니즘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이제는 백인의 흑인차별 뿐 아니라 무슬림, 유대인, 그리고 아시안을 표적으로 한 인종혐오 범죄(올해 현재 120여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장례식에서 오바바 대통령은 “우리가 선량함이라는 은총을 발견한다면 모든 게 가능합니다/ 그 은총을 통해 모든 게 바뀔 수 있습니다...”는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극심한 편견과 증오심을 가진 한 백인이 저지른 이번 사건의 가슴 아픈 결과에 대해 아픈 상처를 사랑과 화해로 치유하자는 의미로 부른 노래였다. 이 노래는 백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번질 이번 사건의 분위기를 화해와 용서, 관용과 화합으로 봉합하는 한편의 서사시가 되어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례식에 참석한 6,000명의 추모객들도 같은 마음으로 뼈아픈 고통과 슬픔을 견디면서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나가 된다는 게 무엇인가?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입장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200여 개국 인종을 하나로 묶는 미국사회 근간인 ‘샐러드 보울’ 정신을 우리가 다시 생각한다면 안 될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피부색이든 인종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하나다(We are one)’라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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