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답답해 미치겠네. 경영학은 내 적성에 안 맞는다고 했잖아요. 적성에!”“그래, 적성에 맞춰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10년, 아니 바로 4~5년 후에 밥벌이는 안 되고 배는 쫄쫄 곯고, 그때 후회해 봤자 때는 늦으리.”“지난번 말씀 드렸지요.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한다고, 제 인생의 주인의 저라고, 제 인생은 제가 노를 저어요.”“너 그렇게 멋 떨어진 말 골라가며 째부리는 게 바로 코흘리개 짓이고, 철딱서니 없는 쑈라는 거야. 그런 운치 있고 고상한 짓은 취미로 평생 해도 좋으니까, 밥벌이 튼튼히 할 수 있는 주무기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니까. 세상살이는 감상이 아니고, 더구나 적성도 아니야. 전쟁이야, 전쟁.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터라고.”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 나오는 대학생 송재형과 그의 외삼촌 전대광이 나눈 대화다. 송재형은 경영학에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과정에서 “우리 엄마를 설득해주세요”라는 부탁을 외삼촌에게 하고 있었다.
외삼촌은 역사학보다 경영학이 좀 더 ‘밥벌이 튼튼히 할 수 있는 주무기’라고 여기고 조카 송재형을 타이르고 있었다. 개인이 처한 환경, 지역적 특성, 기업의 필요에 따라서 때로는 전공 X가 전공 Y 보다 좀 더 현실적인 밥벌이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멀리 바라보면 특정 전공보다 개인이 지닌 특정 기술이 밥벌이 주무기 역할을 한다. 구글 채용 책임자가 공표했듯이 구글이 찾는 인재는 전공, 대학 이름, 학점을 넘어서 “호기심을 가진 배움의 자세, 리더십,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주인 의식, 그리고 지구력”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비wm니스 전문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음 여섯 가지 기술은 모든 기업이 원하지만 제대로 갖춘 지원자는 부족하다. 전략적인 생각(strategic thinking),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의사소통, 분석 능력, 그리고 팀웍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 특정 전공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고, 전공에 따라 보수의 격차도 심하다. 하지만, 구글과 600개 기업들이 제시하는 절대적인 기본 능력이 부족한 취업 지원자는 전공을 불문하고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신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다. CNN 창설자 테드 터너는 고전학, 델컴퓨터 창설자 마이클 델은 생물학, 전 HP CEO 칼리 피오리나는 철학, 노벨 의학상 수상자 해로드 바머스는 영문학, 전 AVON 회사의 CEO 안드레아 정은 영문학 전공자였다.
아예 전공과 기본 능력을 우회한 사람도 있다. 댄 퀘일(전 부통령), 스티브 발머(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론 던컨(교육부 장관)은 주변 사람을 잘 만나서 덕을 본 케이스다. 퀘일은 부시, 발머는 빌 게이츠, 던컨은 오바마와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가 요직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카고 대학의 사회학과 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의 학업과 커리어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는 어떤 전공을 했나, 어떤 대학을 졸업했나에 있지 않고, 그들이 만난 사람에 있다. 우연이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하지 않았나. 어떤 종류의 초콜릿을 만날지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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