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렸다.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당사자인 동성애자들은 물론 시민들, 정치인들, 그리고 종교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반기문 UN사무총장은 환영의 메시지를 발표했고, 보수 종교지도자들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다.
반응의 범주는 크게 네 가지였다. 동성애자들과 인간의 인권, 평등, 자유의 가치를 주장하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은 지지와 축하의 반응을 보였고,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근본주의 혹은 복음주의 계열의 기독교인들은 반대를 넘어 분노하고 당혹해 했다. 어떤 이는 미국이 망조가 들었다고도 했고, 누구는 이는 성경의 진리에 대한 부정이요 미국 기독교 정신의 훼손이라며 통탄해 하기도 하였다.
동성애를 둘러싼 양측의 핵심은 동성애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것이다. 동성애를 선천적이며 자연적 현상으로 보는 입장은 동성애자를 성적 소수자로 보고, 그들 역시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한 삶을 누릴 인권의 주체자로 여긴다. 반면 동성애를 성적 타락의 결과로 보거나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는 역리(逆理)로 보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혐오스러운 죄라고 본다.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전적으로 성경의 진리에 대한 부정이며 기독교의 전통적 가치에 대한 훼손을 의미하는가? 일부 문화인류학자들은 동성애는 고대사회부터 모든 문명과 동물계 안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적이며 생물학적, 자연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아직 분명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만일 동성애가 성적 타락의 결과가 아니라(성적 타락에 의한 동성애는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우주 내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라면, 이는 신학적 접근과 함께 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성경에 분명히 태양과 별들이 지구를 돈다는 고대인의 우주관이 반영된 천동설에 기초한 기록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과학의 도움을 받아 지동설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우주 내 자연현상은 이성 곧 과학, 학문을 통하여 찾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동성결혼 합헌 판결에 대하여, 자연과학이나 인문 혹은 사회과학의 도움 없이 성경의 문자적 해석이나 자기의 신앙적 신념에만 근거하여 반대를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판결에 대하여 열광적인 찬성과 승리의 연호를 외치는 것 또한 썩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신중한 수용이다.
신중한 수용은 신학적 성찰과 과학적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이고, 개인의 신앙적 신념과 자유와 평등으로 표현되는 인권의 가치 사이에 조화를 찾는 것이다. 신중한 수용은 성경의 진리나 기독교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세속 가치와 교회의 타협이 아니다.
신중한 수용은 자기 확신을 내려놓고, 겸손히 기도하는 가운데 성경을 더 깊고 더 새롭게 보자는 것이다. 성경은 문자주의를 넘어 시대의 언어로 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처음 지동설이 주장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해석한’ 성경의 이름으로 갈릴레오를 비롯하여 많은 과학자들을 핍박하였는가, 노예해방운동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이해한’ 성경의 이름을 빌려 노예제를 합리화 하고 노예들을 억압하였는가?
복음주의 신앙의 가치를 우선하며 살아 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에서 신중한 수용의 자세를 볼 수 있다. 그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 대하여 ‘개인적인 믿음’이라는 전제하에 “정직하고 신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동성결혼이 누구에게 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중하게 동성 결혼을 수용하였다.
신중한 수용은 동성애자를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함께 세상을 살아갈 동등한 시민이요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중한 수용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문제 속에서 겸손히 절대자의 뜻을 찾는 것이며,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시중(時中) 곧 인류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진리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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