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회, 한울, 마당집, 여성핫라인. 정식명칭은 좀 더 길지만 줄인다. 이 4개 한인복지단체의 통합이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가을부터 통합을 모색해 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 추진에 반대한 한울의 사무총장이 이사회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았다. 곧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통합이나 통일이 추진된다니 듣기에는 좋으나 속내는 만만치 않다는 메시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컨설팅을 통해 통합계획 보고서를 작성했고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 4개 단체가 처한 시대상황이 통합의 매개가 됐다는 건 짐작할 수 있겠으나 내막을 들여다 보지 않고 어떠한 예단을 하기란 어렵다. 이들 단체의 단편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 단계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일 수밖에 없는 바깥 시각의 일단을 전해야겠다.
복지회는 45년 된 기관이다. 초기 이민 한인들의 정착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그야말로 종합복지 비영리기관으로 1970년대 이후 시카고 한인이민역사와 궤를 함께 해 왔다. 시민권과 이민서비스, 보건, 교육, 상담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탁아소와 노인아파트 관리 등이 특화된 사업이다.
한울은 노인복지센터에서 발전한 기관이다. 한인노인들의 친목단체인 상록회 내부에서 노인들의 복리를 돕다가 독립했다. 가족지원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종합복지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접근성 때문에 총영사관의 출장 영사 서비스가 이곳서 열리고 있다. 연례 효사랑 큰잔치는 한울의 노인복지라는 뿌리와 무관치 않다.
여성핫라인은 이름 그대로 여성과 자녀를 폭력에서 보호하고 여성의 권익신장을 추구한다. 25년의 역사를 지녔다. 핫라인 전화를 24시간 열어놓고 있다.
마당집은 여기서 정식명칭을 써야겠다. 한인교육문화마당집이다. 1980년대 한국 민주화에 뿌리를 두고 통일운동으로 발전시켰으며 한국 전통의 서민 문화, 풍물놀이 등 보급에도 힘썼다. 이민자 권익신장에 늘 앞장서는 단체다.
이들 단체는 뿌리가 다르다. 성격도 다르고 제공하는 서비스도 달랐다. 이제는 시민권, 이민 등 중복된 서비스도 있으나 사무소가 시카고와 서버브에 고루 퍼져 있어 이용자들에게 편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 아는 복지단체들의 역사적 배경을 나열한 이유는 통합이 이들 단체를 위한 것인지, 수혜자(수수료나 봉사료를 받는 경우는 고객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인 한인사회를 위한 것인지 숙고하는 데 참고가 될 것 같아서다.
복지단체 재정의 큰 부분인 주 정부의 그랜트 축소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작아진 파이를 두고 여러 한인단체가 경쟁하듯 한다. 그것도 비슷한 사업을, 서비스 대상도 같은 한인과 아시안 등으로 내용을 채워 제안서를 올린다. 실무자 입장에선 복권 당첨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고 프로포즈하는 일에도 한계가 느껴질 것이다.
그랜트 뿐 아니라 모금도, 서비스도 경쟁이다. 재정 압박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는 거라면 통합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방향으로의 해법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정 중 4개 단체가 서로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된다.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언제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그 안에서 서로 도울 것을 찾는 우리네 정서의 발현. 너무 순진했나.
다시 과정으로 돌아와 통합이 아닌 네트워크 강화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종합적인 시각으로 복지서비스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뿌리가 다르고 실무진의 인적 구성과 성격이 다르고 각자 특화한 서비스가 있는 단체들이 하나로 통합하는 게 물리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소위 ‘케미’가 가능할까.
기존의 친목이나 간단한 정보교류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고 역할을 분배하는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시스템으로 작동되면 물리적 부작용 없이 통합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형태를 통합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 계획대로의 통합이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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