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의 여파가 여전하던 1939년. LA 근교에 살던 폴 핑크라는 청년은 주급 15달러 받던 사무직을 그만 두고 장사를 하기로 했다. 어머니에게서 50달러를 빌려 바퀴 큰 손수레를 장만해 핫도그를 팔기로 했다. 꽃집에서 일하던 아내 베티의 아이디어였다.
집 근처 비포장 도로 모퉁이에 포장마차를 세워놓고 10센트짜리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76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때 그가 빌린 50달러만큼 가치 있는 50달러는 아마도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한낱 핫도그로 100만 달러 비즈니스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폴은 생전에 말하곤 했었다.
핫도그 장사 시작한 지 57년 되던 1996년 봄, 그는 일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가게 뒤편 사무실에서 잠시 쉬다가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일개 핫도그 장사의 사망 소식이 LA 타임스에 실릴 정도로 그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라 브레아와 멜로즈 모퉁이에 자리 잡은 그의 가게, 핑크스(Pink’s)가 할리웃의 어느 유명 식당보다도 유명한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핫도그는 대공황 직후 가난하던 서민들에게 한끼를 때울 수 있는 좋은 먹거리였다. 핑크스는 푸짐한 양에 저렴한 가격, 그리고 맛으로 고객들을 점점 사로잡더니 할리웃 스타들이 단골이 되면서 유명 맛집이 되었다. 찌그러진 픽업트럭과 번쩍번쩍한 롤스로이스가 함께 모여드는 곳이 바로 핑크스였다.
유명 연예인들 중 초기의 대표적 단골은 오손 웰즈. 매주 적어도 한번씩은 와서 한꺼번에 12개 ~ 15개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이후 세대로는 제이 레노, 스티브 마틴, 빌 코스비, 마사 스튜어트, 로지 오도넬 등이 단골. 브루스 윌리스는 바로 이 핫도그 가게에서 전 부인 데미 모어에게 청혼을 했다고 한다.
핑크스가 주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번창한 것은 핫도그라는 음식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착과 상관이 있다. 핫도그는 뭔가 우리의 김밥이나 떡볶이처럼 한동안 안 먹으면 생각나는 음식, 일종의 국민 간식이다. 전국 핫도그의 날(7월23일)이 있을 정도이다.
핫도그의 계절은 여름철. 뒷마당에 손님들이 모이면 가장 쉬운 것이 핫도그 파티이다. 메모리얼 데이부터 노동절 까지 여름 한철 미국에서 소비되는 핫도그는 1초당 818개. 1분당 5만개라고 하니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핫도그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보건기구가 핫도그를 비롯한 소시지, 베이컨, 햄 등 가공육을 발암위험 1순위 식품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매일 50g씩 먹으면 직장암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한다. 베이컨, 햄, 소시지를 매일 먹는 식습관은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어쩌다가 한번 먹는 것이라면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몸에 나쁘다는 것 하나도 안 먹고, 하나도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즐거움과 위험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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