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들 중에서 양식을 꽤 좋아하는 한인들도 좀처럼 정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 칠면조, 터키 요리이다. “차라리 치킨을 먹지 터키를 무슨 맛에 먹느냐”는 사람들이 많다.
터키 굽는 솜씨가 뛰어나서 “그 집 터키라면 촉촉하고 고소한 게 먹을 만하다”는 집도 있고, 터키 먹는 맛에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칠면조 고기는 한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미국에 살면 미국식 명절음식도 먹어봐야 한다는, 반쯤은 ‘의무감’에 많은 한인 가정들은 추수감사절 하루 종일 터키를 굽는다.
반면 미국인들에게 터키는 어려서부터 먹어온 명절 음식, 그래서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도는 음식이다. 보기 좋게 구워낸 큼직한 터키가 턱 놓인 식탁은 따뜻하고 정겨운 유년의 추억의 풍경이다. 각 지역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은 그 식탁이 주는 행복감을 그리며 한 자리에 모이고, 덕분에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소비되는 칠면조 숫자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2013년 기준, 미국에서 사육되는 칠면조는 2억4,000만 마리. 그중 4,600만 마리가 추수감사절 요리에 쓰인다. 이어 2,200만 마리는 크리스마스 식탁, 1,900만 마리는 부활절 식탁에 오른다. 그리고 보통 때 터키는 샌드위치에 많이 쓰인다. 저지방, 저열량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기가 높다.
터키가 미국의 식문화에 이렇게 깊이 뿌리내린 것은 물론 첫 추수감사절 유래와 상관이 있다. 근 500년 전 청교도들이 이 땅에서 맞은 첫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면서 구운 터키를 식탁에 올리는 데, 사실 첫 추수감사 식탁에 칠면조 요리가 있었다는 근거는 없다.
1621년 모진 고생 끝에 첫 수확을 한 청교도들은 감사의 기도로 추수를 감사했을 뿐 음식을 차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웃의 왐파노악 인디언들이 찾아와서 성찬을 차려 함께 나누면서 추수감사절 식탁의 전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 그 식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차려졌을까? 역사학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두 가지 음식은 사슴고기와 야생 조류 요리이다. 그 야생 조류가 칠면조일 수도 있지만 오리나 거위, 백조일 수도 있다고 한다. 초기 청교도들은 독수리나 학도 식용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그외 그 지역에 풍부한 랍스터, 장어, 대구 등이 식탁에 올랐을 가능성도 높다. 터키가 추수감사절 전통요리로 굳어진 것은 그로부터 200년쯤 후라는 설이다.
왜 하필 터키인가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그중 하나가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련이 있다. 어느 가을 여왕은 식사 중 낭보를 받았다. 영국을 공격하러 오던 스페인 함대가 침몰했다는 소식이었다. 여왕은 너무 기쁜 나머지 먹고 있던 거위 한 마리를 더 주문했고, 이후 거위는 영국에서 추수철 단골 메뉴가 되었다고 한다. 신대륙에 온 영국인들은 거위 대신 현지에 흔한 칠면조로 추수감사를 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한해의 삶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 식탁에 어떤 음식이 오르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터키도 좋고, 치킨도 좋고, 갈비찜도 좋다. 풍성하게 나누는 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그래서 감사가 넘친다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