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는 딸래미는 가끔씩 시간 날 때마다 내 뒤에 와서 나의 머리를 풀러 땋기도 하고 스타일을 내며 머리빗질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 내 머리를 만질 때마다 ‘멈마 머리 염색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제가 해 드릴께요” 라며 은근히 내게 염색할 것을 종용한다.
이런 말을 옆방에서 듣고 있던 아들래미는 “아냐! 염색하지 마세요. 그냥 지금이 괜찮아요. 그리고 더 흰 머리가 많이 생겨도 그냥 다니세요”라며 적극적으로 나의 머리염색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석사논문을 준비하던 20대 중반, 도서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쳐다보다 흰머리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나쁜 녀석! 여기가 어디라고 났어!”라고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단번에 뽑아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40대 후반부터 한 두 가닥씩 내 눈에 띄지 않는 부위에서 나기 시작했나 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있는 재주꾼 없고, 찾아오는 백발 막아낼 자 아무도 없다”는 어릴 적 친정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나도 이젠 변화되는 외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아직도 학교 동창들과 만나면 “바로 그때 그 시절”에 있는 것 같은데, 특히 연예인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된다.
‘노화 혹은 노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그 동안 40대를 맞이할 때까지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각오와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 주름살이나 흰머리는 시간이 지나 나무의 나이테나 낙엽처럼 자연의 순리로 수용하자. 굳이 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화장품을 열심히 찾아 바르는 노력보다는 깨끗이 세수하고 숙면을 취하면서 그냥 자연 그대로 살자는 주의다.
오히려 요즈음은 어설프게 희끗희끗하게 난 흰머리보다 아예 빨리 흰머리가 났으면 하는 생각도 은근히 들 때가 있다. 아주 하얀 머리를 빗어서 간단하게 묶고 다니는 것 또한 다른 멋이 될 수도 있다는 내 ‘나름대로의 멋’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다.
둘째, 젊은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성숙된 선배로서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내 삶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나눠줄 수 있도록 내공을 쌓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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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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