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컵스 경기 안 보세요. 잘 이해가 안 가네요.”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요즘, 특히 시카고 연고의 컵스가 연일 화제의 중심인 때, 사람을 만나게 되면 첫 인사로 야구 좋아하느냐 묻는다. 야구는 별로지만 컵스는 관심이 간다는 답이 꽤 된다. 아예 무관심한 이도 있다. 여유 시간에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취미활동에 빠져드는 등 대답이 표정만큼 다양하다.
108년 만에 우승 하느냐 마느냐로 전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이 몰린 시카고 컵스의 경기에 어떻게 관심을 두지 않는가 따지듯 물으려다가 아니다 싶었다. 꼭 야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카고 연고 팀이 우승을 하면 그 정서적, 경제적 파급효과도 꽤 있을거라고 설득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심지어 살아 생전 컵스의 우승을 보게 되는 건 행운이라는 말까지 농으로 붙이고 싶었다. 컵스가 마지막 우승을 한1908년이면 일제 강점이 시작되기 2년 전이고 월드시리즈에 마지막 진출한 해에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았다고 그 까마득한 역사를 되짚어 주고도 싶었다.
사람마다 관심이 다른 건 멀리서 확인할 일이 아니다. 나와 아내가, 아이들이 모두 입맛도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새로 나온 유행가를 누가 듣겠나 싶은데 히트를 치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시카고에서 공연할 때도 누가 거길 가나 했는데 매진이란다. 성향과 세대와 성장배경 등이 모두 다른 이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 거기에서 나오는 다양성을 가끔은 잊는 내가 바보 같다. ‘다르다’는 걸 ‘틀리다’라고 잘 못 쓰고 있는 언어습관도 다름을 잊거나 이해 못해 생긴 습성이다.
한국의 많은 일간지들이 바둑을 연재한다. 오랜 역사의 신문은 타이틀을 붙여 대회 주최까지 하고 있다. 명인전, 국수전 등은 그 산물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신문이 별도의 상금을 걸고 매일 연재까지 하는 이유는 바둑을 신문에서 빼는 순간 다양성의 한 축인 5%의 독자가 빠져나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도 본지에 바둑이 빠진 날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취향의 다양성이 신문을 다양하게 판 짜게 한다.
10월엔 야구 플레이오프만 있는 게 아니다. 스포츠만 보더라도 풋볼이 NFL과 대학 경기로 주말마다 뜨겁고 NBA가 코트를 달굴 것이다. 프로골프는 시즌을 대략 접었으나 우리네 아마추어들은 여전히 즐기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여러 활동, 행사들도 어김없이 10월을 맞았다. 문화공연 부터 생활에 지혜를 주는 세미나, 크고 작은 각종 강좌, 전시회, 테니스대회가 있고 11월 대선에 맞춰 정치참여 운동이 막판 스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조기투표 일정과 장소가 잡혔는데 한쪽에서는 한 장소에 몰려가 보팅파워를 과시하자는 컨셉트를, 다른 한편에서는 편의성을 살려 전반적으로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둘 다 맞다. 이게 건강한 커뮤니티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도날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을 가끔 본다. 이해가 잘 안가긴 하는데 그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 선택으로 인해 한인 유권자 그룹이 다양성의 옷을 입을 수 있다. 10월이면 또 월동준비에 바쁘다. 줄지은 연말행사는 대개 10월 이전부터 가닥이 잡히고 일정을 잡고 내용을 채운다. 그 다채로운 활동이 가을 빛을 더욱 화려하게 한다.
다양성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고약한 영업환경이다. 품목, 메뉴를 다 갖출 수는 없고 결국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그 선택 하나 하나가 모여 모자이크 처럼 화려한 작품이 된다. 다름을 이해하는 것, 당연하다 고 여기는 것, 이것이 건강하게 10월과 다가오는 연말연시를 맞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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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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