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포트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성경이다. 느헤미아 2장 7절에 보면 페르샤 왕의 신하 느헤미아가 유대로 여행하기에 앞서 왕에게 허락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중세 회교 국가에는 ‘바라’라는 증서가 있었다. 세금을 냈다는 증서인데 이것이 패스포트 대용으로 쓰였다.
현대적 의미의 패스포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세기 초 영국이다. 헨리 5세가 해외에 나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1914년 제1차 대전이 터지기 전에는 유럽에서는 국경을 넘을 때 검문검색이 엄격하지 않았고 따라서 패스포트도 필요하지 않았다. 1차 대전 이후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여권이 필수 문서가 됐다. 그러다 1995년 셴겐 조약이 발효하면서 다시 이 조약에 가입한 유럽 대다수 국가 안에서 여행할 때 여권이 필요 없게 됐다.
그러나 유럽 밖에서 들어올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여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효 기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영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들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기간이 남아 있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기간은 도착 날짜가 아니라 그 나라를 떠나는 날짜를 기준으로 한다.
이 규정을 모르고 비행기 표를 산 후 즐겁게 공항에 도착했다가는 항공사 카운터에서 보딩 패스 발급을 거절당하는 수가 있다. 설사 요행히 비행기 표를 탔다 하더라도 그 나라 이민 심사관은 입국을 거절할 권한을 갖고 있다. 얼마 전 한국 고위 인사가 이 규정을 모르고 입국하려다 거절당해 대사관 직원이 달려오는 소동 끝에 몇 시간이나 기다려 겨우 들어간 일도 있다.
최근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던 한 남가주의 한인은 출발 1주일을 남겨 두고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동반 가족 중 한 명의 여권이 3개월에서 1주일이 모자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해당국 대사관에 문의하자 “하루라도 모자라면 돌려보내질 수 있다”는 냉정한 답변만 들었다.
다행히 하루 이틀 안에 새로 여권을 발급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문제는 우체국에 가서 확인 도장을 받는 일이었다. 전에는 예약 없이 그냥 걸어 들어가 도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었으나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LA 한인타운의 한 우체국에 전화를 해보니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그렇게 도장을 받아 국무부로 보내면 다시 또 두 달을 기다려야 새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무부 웹사이트와 우체국 웹사이트가 어느 곳이 예약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가 하면 둘 다 된다는 곳에 전화를 해보니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으며 정보가 잘못된 것은 업데이트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는 한심한 얘기만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밴나이스에 있는 우체국에서 워크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전화를 해보니 운이 없으면 다섯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적적으로 한 시간 안에 일을 마치고 급행 서비스 업체에 여권을 보내자 정말 이틀 만에 새 여권이 배달돼 왔다.
올 여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놀러 가려는 사람은 다시 한 번 여권과 그 나라 입국 정보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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