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에 갇혀
사막이 되었다
머리엔 만년설이 내리고
점점 깊어지는 늑골엔 모래바람이 불었다
한 만 년 고독하려 하였으나
스멀스멀 일어나는 그리움이
가슴을 뚫고 우물을 만들었다
지붕을 올리고 밭을 일구었다
밤이면 별빛 아래 깜박이는 더 작은 불빛들
사라지지 않더라 아무리 애써도
하나둘 지붕을 올리는 집들이 들어서더라
이제 한숨 더 자고 나면
눈앞까지 마천루가 올라오고
불면을 부르는 네온이 번뜩이리라
나는 제대로 실패했다
누군가를 향한 혹독한 그리움이, 만년설 내리던 그 쓸쓸함이 주체할 바를 모르게 커가고 있다. 스멀스멀 일어나던 그리움이 우물을 파고 지붕을 올리고 밭을 일군다. 그리움이란, 사랑의 마음이란, 흐르는 인연의 물줄기란 이렇게 독한 것이다. 머지않아 빌딩 숲 속에 네온이 번쩍거리면, 이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라 터질 듯 한 욕망이겠다. 잊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패다. 불면의 밤들이 기다릴 뿐이다. 그리움이, 무성한 그리움으로 지어진 거리에서 길을 잃는다.임혜신<시인>
<
전윤호 (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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