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 등 생물체 아닌 인조 펩타이드로 만들어
영국 과학자들이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알약으로 먹을 수 있는 독감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영국 카디프대학과 호주 케언스대학 공동연구팀은 비(非)생물체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러한 백신 원형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에서 기존 백신과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거나 아주 미약하게 만들어(불활성처리) 제조한다. 또는 세균과 바이러스에서 펩타이드처럼 무해한 부위를 떼어내 만든다. 펩타이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최소단위인 아미노산이 두 개 이상 결합한 것이다.
이를 인체에 주입하면 몸이 외부 침입자로 인식, 면역반응이 생기며 이후 진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싸우는 힘이 생긴다.
이런 생물 제제 백신은 냉동이나 냉장이 필요해 수송과 보관에 이르기까지 비용이 많이 들고 격오지와 가난한 나라 등에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생물체의 단백질 분자들을 마치 '거울로 반사한 모습'(mirror images)처럼 모방하는 방식으로 인공 합성 펩타이드를 만들었다. 모든 단백질을 구성하는 L-아미노산을 모방해 인공으로 D-아미노산을 합성했다.
D-아미노산은 생물체 단백질에선 매우 희귀하지만 분해가 잘 안 되는, 매우 안정적인 특성이 있다.
연구팀이 만든 펩타이드는 생물 펩타이드와 달리 위나 장에서 소화되지 않아 알약 형태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안정적이었다.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이론적으론 유통기한도 '무한대'에 가까울 수 있다.
이 A형 독감 백신을 배양접시 속 인체 세포에 투여하자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켰다.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기존 생물 펩타이드로 만든 독감 백신과 같은 수준의 면역 및 예방 효과를 보였다.
쥐에게 알약 형태로 먹게 한 실험에선 독감 바이러스를 죽이는 세포들이 생성된 것이 확인됐다.
공동연구팀을 이끈 앤드루 슈얼 카디프대 의대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부작용과 효과를 시험하기까지는 추가 연구와 실험에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A형 독감 외에 다른 질병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약 형태 백신으로 소아마비 백신이 있으나 주사제와 마찬가지로 냉장보관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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