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 오면 무조건 슈팅” 조언에
▶ ‘메시 의존도’ 벗고 16강 드라마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주장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는 마치 감독 같았다. 후반전 시작 직전 그라운드로 향하는 통로에서 선수들을 둥글게 모은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슈팅을 날려라. 포지션은 상관없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공격 진영에서 공을 잡으면 메시가 어딨는지부터 찾았다. 가뜩이나 ‘메시 원맨팀’이라는 한계를 지적받는 아르헨티나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메시 의존도가 더 심했다. 페널티킥 실축 등 메시의 11개 슈팅이 모두 가로막힌 아이슬란드전에서 아르헨티나는 1대1로 비겼고 메시가 유효슈팅 ‘제로’에 그친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는 0대3으로 참패했다.
27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D조 최종전은 달랐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자신들의 이름값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과감하게 움직이고 슈팅을 시도했다. 메시가 전반 초반에 터뜨린 선제골이 팀 전체에 자신감을 퍼뜨린 계기가 됐다. 메시는 월드컵 3개 대회(2006·2014·2018년)에서 각각 골을 넣은 역대 세 번째 아르헨티나 선수가 됐다. 디에고 마라도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다음이다. 메시의 월드컵 통산 6골 중 3골이 나이지리아전에서 나왔다. 첫 골 장면에서 메시는 유독 화려한 세리머니로 동료들의 기를 살렸다. 일각에서 불거진 대표팀 은퇴 압박 등 그동안의 부담감을 한 번에 떨치려는 동작인 것도 같았다.
후반 막판 2대1 승리와 16강을 결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는 “메시의 말대로 패스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슈팅 했고 결승골이 됐다”며 메시에게 공을 돌렸다. 프리킥으로 골대도 맞히는 등 맹활약하면서 경기 MVP에 선정된 메시는 “시작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승리의 기쁨을 누릴 만했다”며 “내게 국가대표 유니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은 이제 시작됐다”고 했다.
아르헨티나가 16강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넘으면 메시는 8강에서 영원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16강에서 우루과이를 꺾고 올라오면 가능한 얘기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 4골(메시는 1골)로 득점왕을 넘보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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