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장난감 매장에 아이들과 함께 갔다. 아이들은 정신이 없다. 집에 없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에 시선을 빼앗긴다. 얼마 후 정신없던 아이가 한 장난감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나한테 오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정이 이상하다.
그때 본능적으로 아이가 방금 보던 장난감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집에 도착해서까지 표정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죄책감까지 들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조용히 생각했다. ‘아빠가 되는 것… 가장이 되는 것이 참 힘들구나.’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가장이 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선물 같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이 가정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실 개인적으론 하고 싶은 것이 참 많다. 물론 사고 싶은 것도 많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정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가장이니까…
이러한 생각과 고민 때문인지 인간 심리에 관련된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 때문에 상담을 청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는 남편은 가정 일은 나 몰라라 한다. 생활비도 거의 주지 않고 자녀들의 일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한 패널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사람은 아버지의 부재가 얼마나 큰 지를 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있어도 가정 안에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아버지가 눈앞에 보여도 아버지의 부재를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비참할까?”
정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둘 다 생각하기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후자가 좀 더 비참해 보인다. 보이는 아버지를 두고서 그 빈자리를 느껴야 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부부 상담의 기본은 상대방은 절대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부 상담의 기본은 자기 자신을 바꾸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이 왜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며,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는 것이 부부 상담이다.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모습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한다고 해서 가장의 책임을 무시한 채,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는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없다.
부부의 인연은 본인들이 선택했지만 아이들은 본인들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결혼하기 이전 미혼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가장이 아니다. 아이까지 있다면 더욱이 변해야 가장이 될 수 있다. 결혼했다고, 아이가 있다고 저절로 가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가장이 되는 것을 고민한다고 내가 좋은 가장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도 아버지가 처음이기에 실수하면서 배운다. 매일 실수한다. 그리고 여전히 고민한다. 변하기 위해.
실수가 있든 없든 정말로 중요한 것은 변하려는 모습이 아닐까? 가장이 된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어렵고 힘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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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탁현 / 심리상담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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