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한지도 몇 주가 지났다. 누군가는 신입생으로, 누군가는 한학년 올라가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을 것이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한층 더 성숙해진, 그리고 더욱 성숙해질 아이를 바라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여 박수쳐주고 칭찬해주며 격려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아이들은 칭찬받고 격려 받을 일들이 많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웃어주기만 해도 부모는 박수치며 좋아한다. 그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는 그 순간순간 부모는 열광하며 행복해 한다. 말이 조금 일찍 트이거나 성장이 빠른 아이들을 보며 부모는 우리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행복한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아기일 때는 이런 단순하고 작은일에도 박수를 받지만, 점차 아이가 성장해 가며 그러한 기회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걷기, 뛰기, 말하기와 같은 일들은 일상이 되고 더 이상 칭찬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제 아이는 학교에서 100점이라도 맞아온다던지, 새로이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할 때에야 칭찬받을 수 있다.
그 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그는 더 이상 박수 받을 일이 없다. 어쩌다 승진이나 있으면 서로를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지만, 그 승진이란 것은 예전에 학교다닐 때처럼 한 살 더 먹으면 누구나 한학년 올라가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회사에서 선택된 소수만이 그 박수를 받는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고 나면-그게 사회적 지위든 나이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더 이상 칭찬받고 격려받고 박수 받을 자리가 사라지는게 된다. 점차 부모는 그리고 우리는 그 대상의 성과에 의존하여 칭찬하고 박수치게 된다.
우리의 부모들은, 어른들은 더 이상 누구로부터 박수받고 격려받기가 어려워진다. 그들이 더 이상 인생에 어떤 성과도 결과물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일까? 칭찬이란 성과를 이루어 낸 자들만을 위한 것일까?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장하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오늘을 살아낸 우리 모두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떠한 대단한 성과나 성공이 없었더라도 말이다. 오늘 하루동안 짊어 졌던 온갖 스트레스와 문제들, 걱정들이 비록 해결되지 못했더라도, 오늘 하려고 했던 그 일이 생각처럼 잘 마무리되지 못했고, 더러는 실패했더라도, 당신은 그 삶의 무게를 견디고, 버티고 살아낸 것 만으로도 칭찬과 위로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누구도 잘했다 칭찬해 주는 이가 없다. 삶이란 것이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고 고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아닐수는 없다. 누군가는 그 당연한 삶이 버거워 넘어지고, 쓰러지며, 더러 누군가는 그 삶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삶이란 누구나 다 가야 할 길이지만, 그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는 그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격려받고 칭찬받아야 한다.
꼭 오늘 무엇인가를 해내지 못했더라도, 내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부모에게, 어르신들에게 내가 먼저 “오늘도 참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라고 칭찬하고 격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눈가에 늘어난 주름만큼 흰머리 만큼 더욱 더 박수쳐 주면 어떨까. 영화 원더의 대사 ‘주름은 우리가 살아낸 인생을 보여주는 지도’라 했던 것 처럼, 그들의 주름과 흰 머리는 그가 그동안 싸워온 치열했던 하루하루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만큼 “참 수고가 많았다” 칭찬해 주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703)76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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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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