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어느덧 아침저녁 공기가 청량하다. 이 때가 되면 늘 생각나는 곳이 있다. 오래전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식구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찾던 곳, 내 큰오빠가 사는 버지니아주 쉐난도어 인근의 애플(Apple) 마운틴이란 곳이다.
이 지역은 집집마다 사과나무가 많아서 가을이 오면 사과향기가 너무 향기로워 그리 불렀다. 쉐난도어 계곡에 이르기 전, 점점 깊어지는 숲속을 들어가노라면 산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시냇물이 나온다. 가을바람에 사뿐히 떨어지는 가지각색의 단풍잎들을 보노라면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롭다. 그 시냇물을 따라 점점 깊은 계곡으로 올라가다보면 무릎까지 잠기는 냇물이 흘렀다.
큰 오빠가 손수 만들었다는 돌다리를 가로질러 건너면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그 길 따라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잔디밭 주위로 사과나무, 밤나무가 있다. 밤나무는 아버님이 굵은 밤을 심어 싹을 낸 후에 그 산에 갖다 심으신 것 인데 몇 년 후에 제법 커서 밤이 열린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쯤 아마 밤나무에 밤이 주렁주렁 달렸으리라.
아들 셋, 딸 하나를 둔 큰 오빠는 그 곳에 터전을 마련한 후에 주말마다 6식구가 아늑하게 지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집을 지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난쟁이들이 사는 집을 닮은 작은 공간에 사다리를 놓아 이층집을 지었다. 어린 조카들이 그 공간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좋아 했다. 바로 집 옆에는 산꼭대기에서 솟아나는 물을 파이프를 연결해서 작은 옹달샘을 만들어 하루 종일 맑은 물이 찰찰 넘치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몰랐다.
가끔 그곳을 방문했던 나도 바가지로 차디찬 물을 떠서 마시며 손을 씻고 즐겼다. 물은 약수였다. 손을 씻으면 아주 매끈거렸다. 그곳에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에덴동산이 이처럼 아름다웠을까 의문이 들곤 했다. 그 당시 조카들이 어렸기 때문에 주말이면 애들을 차에 태우고 버지니아로 가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했다. 그 후 조카들이 다 자란 후 산꼭대기에 벽돌로 큰 주택을 지었다. 멀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적막강산인 듯 했다. 특히 큰오빠는 10대 때부터 산을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있는 남산을 걸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취미였고 평생을 자연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살고 계신다.
가을이 오면 병풍처럼 둘러싸인 건너편 산을 볼 때 여러 색깔로 변하는 자연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안개 속에서 뽀얗게 피어나는 한 폭의 그림이라고나 할까. 마음속 깊이 정화되며 시원해지고 편안해진다. 머지않아 울긋불긋한 단풍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땅에 차곡차곡 쌓이리라.
가을볕이 좋은 10월의 첫 주말을 보내며 내 인생은 어디쯤 와 있는지 여러 추억에 잠기게 된다. 가을단풍이 아름답듯 내 인생의 가을도 아름답게 빛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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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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