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또는 알맞는”을 나타내는 긍정적 뜻의 영어 단어들에는 “adequate, proper, suitable, 또는 appropriate”등을 들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말의 “적당히”란 말은 “대강, 대충”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것 같다. 말하자면 “적당히 해라”는 것은 “구태여 최선을 다 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대충, 대강 해라”라는 뜻으로 바뀐것 같다.
며칠전 신문에서 본 칼럼의 제목이 “대충 살기의 윤리학”이라는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 내용은 작금의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구직, 결혼, 출산 등의 현실의 문제를 조명하며, 그 해결책은 “대충 살기의 윤리학”, 즉 자아 실현과 이상의 추구에 목을 매지 말고, “대충 살아라” 하는 냉소적이며 서글픈 조언을 하고 있다. 인생살이에는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일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들이 있다. 그런데 이 분별력이 흐려져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일은 대충하고, 비 본질적, 부수적인 것들에 목숨을 건다면 그 인생은 잘 사는 인생일까?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현대 기독교인들의 가장 큰 비극은 “기도를 대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도를 강조하는 이 분은 말하기를 기도만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없으며, 기도는 영혼의 가장 차원 높은 행위라 정의한다. 본인에게 현대 기독교 신자(영적 지도자, 직분자 포함)의 모습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대강, 대충”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하나님이 주신 영적 지도자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하면 자칫 잘못하면 지역 교회는 지옥으로 가는 인생들을 양산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욱 심각한 일은 없다. 예수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 말했고, “선한 목자는 자기의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목자장 되시는 예수를 따라가며 자기에게 맡긴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삶을 송두리째 바치는 목회자는 흔치 않은것 같다.
예수는 목자없는 양같이 유리하는 백성들을 민망히(불쌍히) 여기셨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선 분인데, 애석하게도 많은 목회자들이 영혼 구원의 본래 사명보다는 목회자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 하고, 소위 자기 교회의 겉 모양의 성취(교인 수, 건물, 예산, 시설, 프로그램, 타인들의 평가 등) 에 따르는 성취감, 만족감 등 비본질적인 것에 더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며칠전 뉴저지에서 특수사역을 하시는 K목사와 대화중에 이런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기 출석을 위해 교회를 물색하던중,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광고시에 “직분자들은 우리 교회를 일등교회로 만들기에 힘써달라”하는 부탁을 하더란다. 과연 “일등 교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K목사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고, 곧 마음속에 “왜 내가 그분이 담임하는 교회가 일등교회 되도록 하는 일에 수고를 하여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소위 “일등 교회”를 원하는 목사, 직분자들은 그 교회에만 있는가? 이런 마음으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긴다면 그 교회는 과연 하나님의 얼굴을 전심으로 구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이러한 공동체에서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기대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신데, 왜 현대 기독교인들의 삶과 교회의 예배에는 성령의 역사하심이 잘 안보이는 것일까?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듯 하다. 언젠가 주님의 심판대 앞에서 모든 것이 숨김없이 낱낱이 드러날텐데 그것이 점점 더 심각하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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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약물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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