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산호세에 다녀왔다. 손주들과 음악회를 관람하고 한국식품을 잔뜩 사 왔다. 돌아올 때 280번 고속도로를 타고 애플사 앞을 지나왔다. 뉴스를 통해 보던 애플의 신사옥 애플 파크(Apple Park)를 지나오게 된 것이다. 운전 중인 남편한테 다음번에는 애플 파크의 방문자 센터를 가보자고 했다. 산길을 돌아오며 새삼스레 스티브 잡스는 참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도 생각났다. “똑똑하고 착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필요해서 일찍 데려가신단다.”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었다. 심지어 우리집에는 똑똑한 동생이 있으니 날 먼저 데려가시지 않겠지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었다. 스티브 잡스도 하늘나라에서 꼭 필요한 분이셨나 보다. 청바지에 검정 터틀넥 차림으로 애플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을 할 때 그는 이미 췌장암 투병 중이었다. “나는 약 1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췌장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다 죽을 겁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등등의 심금을 울리는 명연설을 남기고 56세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스티브 잡스의 친구로는 애플을 함께 만든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지만, 우정보다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친구 관계였다고 한다.
나는 ‘스티브 잡스’ 하면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창덕여중 때 단짝이었던 친구다. 졸업 후에도 5년마다 중국, 일본, 제주도와 남해안 등으로 동창 여행을 할 때 호텔 방을 함께 썼던 친구이다. 그러던 친구가 지난가을 췌장암으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깔깔깔 하고 웃어주던 친구였다. 의대를 졸업하고 은퇴할 때까지 영등포에서 피부과 의원을 했던 똑똑하고 착한 친구였다. 남편과 아들, 며느리까지 의사였지만 췌장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것이다.
췌장암은 이렇다 할 증상이나 예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조용한 암이라고 한다. 그러나 애플 신화를 이룩한 스티브 잡스도, 온 가족이 의사 집안인 내 친구도 극복하지 못한 암이 췌장암이다. 내 생각에 애플의 자금력과 기술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췌장암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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