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명절인 ‘Thanksgiving day’가 돌아왔다. 이맘때면 사람들의 마음은 분주해진다. 직장인이라면 여름휴가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에 설렐 것이고, 다 큰 자식을 둔 부모는 멀리 떨어져 있던 자식들과 함께 할 단란하고 화목한 저녁식사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더 멋진 땡스기빙 디너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할 목록을 작성하며 기대에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명절을 생각할 때, 설렘과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가족모임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홀로 보내는 명절이 더 외롭고 고독하다.
어느 가족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잘 차려진 식탁 앞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유쾌한 농담을 나누는 그런 명절. 투닥거리던 형제 사이에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지고, 가족간의 갈등이 해결되는 그런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명절은 갈등의 시작과 정점이 되기 일쑤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집안 어르신은 네 학교성적은 좀 올랐는지,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지, 취업은 왜 못하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결혼은 왜 안하는지 질문세례를 퍼붓고, 이는 곧 잔소리로 이어진다. 열심히 준비한 음식에 은근히 불평을 쏟아 내는 눈치 없는 시누이가 있는가 하면, 누가 더 일했네 안했네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열심히 먹고있는 남편도 이날은 참 얄밉다. 우리들의 기대하고 고대하던 명절은 곧 악몽이 되어버린다.
한국에서는 명절을 보내며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일컬어 ‘명절 후 증후군’이라 부른다. 이 단어가 생겨난 것을 보면, 명절의 스트레스는 어느 집 특정 누군가 만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우리에게 희망이란 없는 것일까?
우리의 핑크빛 명절을 위해 세가지 행동 지침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영혼 없는 관심은 넣어 두어라. 오랜만에 만난 가족자리는 어색하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고 할 말도 없다. 그러다 보면 그닥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위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좀 더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그 대화에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스트레스와 상처만 남게 된다. 당사자의 스트레스와 아픔 따윈 안중에도 없이 이것을 단순히 대화의 안주거리 정도로 다루는 것은 지양하기 바란다.
두 번째로 자꾸 눈에 띄는 흠과 단점은 넣어두고, 칭찬거리를 찾아보라. 참 신기하리만치 단점과 흠은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눈에 띈다. 거실 한 구석에 쌓인 먼지, 이 반찬은 좀 밍밍하고, 저 반찬은 조금 짜다. 그리고 여과없이 툭 던져낸 한마디는 ‘갑분싸,’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무리 좋은말로 포장을 한다해도 단점은 단점이고 흠은 흠일 뿐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상대방의 지적질’ 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니, 단점이 보이고 입이 근질 거려도 이 날 하루만 참아보자. 입이 근질거리고 분위기가 어색하다면, 대신 좋은 점들을 찾아보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다. 이 음식도 저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다면, 저 구석에 차려진 멸치볶음이라도 “어쩜 이리도 맛있게 해요!”라고 칭찬해 보자.
마지막으로, 감사를 표현하라. 내 대신 일처리를 해준 회사 동료에게, 무거운 짐을 같이 날라준 이웃에게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잘도 하면서, 가까운 이들에겐 감사하다, 사랑한다 말하기 참 어렵다. 왠지 낯간지럽고, 어색하다.
그러나 감사는 표현할 때 진정한 감사가 된다. 표현이 부재된 감사는 우리도 모르게 그들의 배려와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우리는 Thanksgiving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완벽한 핑계가 더 있을까? 이번 땡스기빙에는 조금 어색하고 부끄러워도, 가까운 가족에게 먼저 감사를 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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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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