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분이 장준하 선생이다. 새삼스럽게 장준하 선생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육당 최남선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 전에 나의 페이스북에 떴기에 그분이 육당에 대해서 이야기 한바가 있어 문득 생각이 나서이다. 사실 종북적인 사람 때로는 좀 친북적인 사람들조차 가끔 장준하 선생을 그분의 두 가지 행적을 놓고 몰아세운다. 하나가 그 분이 육당이 학도병으로 나가자는 시국강연을 들었는데 얼핏 보면 친일행위 같지만 새겨들으면 친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 그분의 시국강연을 자기와 같이 들었던 전부가 그렇게 알아들었다는 연설의 평에 대한 것이었고, 또 하나가 그분이 사상계 잡지 사장으로서 사상계 이름으로 동인문학상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어찌 친일작가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을 제정했느냐면서 말이다.
그런데 금년에 들어 다시 동인문학상을 없애자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 했다. 나는 문학에 대해서 그들의 무식함은 물론 문학까지도 또 북한 정권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남한의 정권은 친일파이오 태어나서는 안 될 정권이라는 그 놈의 친일파 몰이 하는 그들이 이제 문학도 망가트리려는 것 같아 답답한 생각이 든다.
사실 문학 특히 소설은 독자가 그 시대의 흐름과 정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다. 어쩌면 생산이 소비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6.25가 터지고 전쟁으로 사회가 혼란해져서 성 윤리가 무너지니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나오고, 휴전이 되자 최인훈의 광장이 출간되고, 산업화 시기가 시작되자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 나오고, 산업화와 병행해서 부조리가 심해지니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처음으로 백만 부가 팔리고, 386 세대가 되니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대학생들에게 성경처럼 읽혀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초의 친일파의 작품으로 모두에게 알려진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도 한번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눈으로 보자면 소설 혈의 누는 청일전쟁을 일본의 시각으로 보고 친일적인 시선으로 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은 청나라 원세개와 그의 주둔병들의 안하무인의 횡포에 조선인들의 분노가 대단했고, 자주독립, 신교육, 새로운 결혼관이 제기 될 때라 일본을 배워야한다고 너도 나도 일본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었고, 바람직한 국가 모델로 미국을 생각 할 때라 소설의 여주인공이 일본사람의 도움을 받고 사랑이란 말이 나오고 미국 유학이란 끝맺음이 된 것이다.
김동인이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에 징병에 응하자고 하며 친일행적을 한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시대에 살던 사람 중에서 그래도 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 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는 일제가 전쟁을 이끌기 위해서 전쟁터로 나가자고 하는 강요된 소비에 강요된 생산의 시대이었고 김동인 역시 강요된 생산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김동인을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성토에 앞서 시대의 아픔으로 그리고 하나의 희생자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919년 3.1 독립운동 이후 1920년에 동아 조선 신문들이 발행되던 문화 태동기에 사실주의를 뛰어 넘어 자연주의 작품의 김동인의 소설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작품에 심취했던 나로서 그는 소설가로서 한국의 신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준하 선생이 그를 기리기 위하여 동인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는 1955년 제정이후 선우휘, 이범선, 김승옥, 최인훈, 이청준, 이문열, 박완서, 신경숙, 김훈 등이 수상한 반세기 다 되는 48년간 가장 전통의 문학상을 지키고 더욱더 선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그 시대의 정서를 대중들이 소비자로 또 생산자로 해서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상한(?) 정치적 프리즘으로 왜곡하고 그들의 선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인문학상은 우리 문학인뿐 만이 아니라 문화를 사랑하는 모두가 굳건히 지켜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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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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