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대청 기둥에 써 부칠 때가 다가온다. 메릴랜드에는 벌써 그 봄기운이 불어온 것 같다. 한국일보 1월 21일자 “미술로 희망 얻어 치유되길”의 기사가 그것이다. 유미 호건 주지사 부인이 주동하는 “Yumi C.A.R.E.S. Foundation” 자선 행사에 관한 기사다. 유미 여사께서 예술가로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의 고통을 줄일 길을 고민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오래전부터 미술로서 심리적 치유에 관심이 컸다는 내용이다. 많은 자선 활동에 활발한 주지사 부인의 활동은 이제 메릴랜드에서는 당연시할 만큼 유명 해졌다.
내가 1966년에 정신과 연수를 시작하면서 그 병원에서 시행한 소위 “아트 테라피(Art Therapy)”를 보고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환자가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설명할 때는 너무도 신기했다. 존스 합킨스 병원 정신과교수 케이 제이미슨은 예술과 정신적 고통과의 관계를 깊이 공부한 분이다. 자신이 조울증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연구의 깊이는 불문가지다.
우리가 알만한, 우리가 무심코 흥얼거리는 시나 노래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많은 창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의식 하지 않고 즐긴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반 고흐(Van Gogh)도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다. 그는 그림 한 장도 팔지 못했으나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었다. 많은 창작가가 만든 작품은 일종의 자가치유(自家治癒)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컸다고 한다. 이것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승화현상(昇華現想: Sublimation)의 전형이라고 본다. 고통이 있을 때 남을 위한 행동으로 스스로 치유를 구하는 것이다. 이는 보시(普施)와도 같다. 자기의 심리적 영적 치유와 타인의 심적 영적 치유를 동시에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이 정신작동에 가장 고상한 작동으로 본다. 그 반대로 정신작동 중에 가장 유치한 작동을 투시(透視)라고 한다. 일이 잘 안되는 것은 모두 남에게 덮어 씌우는 것을 말한다. 마치 매일같이 듣는 정치가들의 입 다툼처럼. 너무도 대조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예술가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 같지 않다.
혹한을 벗어나 입춘대길을 바라는 것, 또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보이는 희소식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한 어린이 한 어린이가 무슨 이유이든지 심적 육체적 고통을 이길 수 있다면, 미디어가 관심을 두건 말건,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것이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가 참가하고 성공하기를 빈다. 예술 하는 분, 특히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그들이 추구하는 창작의 근원을 공부하는 좋은 길이라고 본다.
<강창욱 정신과의사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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