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무리 잊으려 해도 늘 가슴 한구석에 남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내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은 4남매에 부모님까지 6명이었다. 내 나이 20대엔 바로 위의 언니를 잃고, 30대엔 엄마를, 40대엔 아버지까지 보내게 되면서 그 나이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 모두 다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여섯 식구 중 남은 가족이라고는 나와 남동생, 여동생! 그야말로 반타작이다.
한 집에 절반이 암이었기에 하루는 잘 알고 지내는 의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암 예방이 가능하냐고? 그는 물론 조심도 해야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부르심을 받으면 가야 되는 게 순리인데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니 하루하루를 스트레스 없이 맘 편히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요즘은 팔십. 구십 넘은 사람들이 참 흔하다. 백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의 단명으로 인해 내 기대 수명은 짧다. 여든, 아흔을 바라본다는 건 나에게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라고 하는데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난 먼저 떠난 식구들의 발병부터 임종까지 모든 투병생활을 함께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분의 마음을 움직여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간절함으로 최선을 다해 돌봤다. 그럼에도 신은 나에게 단 하나의 기적조차도 주지 않으셨다.
환자의 육신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은 가족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영혼의 고통과 슬픔을 겪는다. 그 아픔을 굳이 표현하자면 심장에 수만개의 바늘이 꽂히는 아픔일 게다. 난 그런 잔인한 이별을 세 번이나 겪었다. 남편도 자식도 있지만 그 아픔이 떠오르면 내가 살아있다는 자체가 그렇게 우울하고 슬플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나를 달래왔다.
깊은 종교적 신념도 없으면서 막연히 천국을 믿기에 가능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천곳이 있다면 죽은 후에 가봐야 할 여행지는 천곳이 아니라 천국이라 생각한다.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말했다. 사후세계나 천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봐야 알 테지만 호킹 박사의 주장이 잘못된 진실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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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정윤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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