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유익한 책을 만났다.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 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기도 하였지만 저자가 한국인인데 옮긴이가 한국인이라는데 관심이 갔다. 독일로 유학간 저자 한병철 박사가 베를린 대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독일어로 출판한 책이다.
‘피로 사회’를 통해 독일에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투명 사회’ 폭력의 위상학’ ‘에로스의 종말’ 을 연속 출판하여 주목을 받는 문화 비평가다. 독일에서 환영을 받았는데 번역 출판되어 널리 읽혀지고 있다. 오늘의 시간은 리듬과 방향을 상실했다. 원자화됨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다. 삶의 원자화는 원자적 정체성으로 귀착한다. 오늘의 사회는 시간 자체를 인질로 잡고있다. 시간을 일에 묶어 두어 시간을 일의 시간으로 예속시켜 버렸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의 시간 외에 다른 시간이 없다.
일의 시간은 오늘날 시간 전체를 잠식해 버렸다. 당면한 지친 시간의 위기가 시간의 질병을 극복할 수 없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시간 안에서 다른 시간, 일의 시간이 아닌 새로운 시간을 생성하는 시간 혁명이 필요하다. 시간에 향기를 되 돌려주는 시간 혁명이다. 진정한 안식을 모르는 현대적 삶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시도하고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왜 나는 늘 시간이 없고 시간에 쫓길까? 왜 시간은 그토록 빨리, 그토록 허망하게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그토록 빠르게 지냈지만 어째서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나는 주어진 많은 시간을 요령 있게 활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왜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 없이 느끼고 있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현대 사람들이 예전 보다 잘 늙지 않지만 훨씬 더 빠르게 지속성을 상실하고 순간순간 가볍게 휘발되어 버린다. 오늘날 사람들은 훨씬 더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그러나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는 말할수 없이 가벼워졌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잘 늙지 않지만 훨씬 더 빠르게 나이를 먹어버린다는 역설이 여기서 생겨난다. 리듬이 없는 시간은 교유한 시간의 질을 상실한 시간이다. 그것이 향기 없는 시간이다. 자기만이 고유한 향기가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안식을 모르는 현대인을 위한 뜨거운 충고다. 피로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고뇌이다.
이제 사색적 삶을 되살려야한다. 활동의 과잉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사색적 요소, 머무름의 능력은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세계의 상실, 이웃의 상실, 시간의 상실이다.
자기를 상실한 작은 자아 밖에 없다. 급격하게 공간과 시간으로 인해 세계를 공동의 삶을 상실했다. 진정한 핵심을 보지 못하고 의미를 잃어버렸다. 더 큰 집단적 자아의 상실을 가져와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인간을 도로 찾아야 한다. 사색적 삶을 되살리는 일이다. 시간 위기는 위기에 봉착한 의미없는 활동적 삶이 사색적 삶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에 극복될 것이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다른 시간, 일의 시간이 아닌 새로운 시간을 생성하는 시간 혁명이다. 시간의 향기를 되돌려주는 시간 혁명, 머무름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시간의 향기, 머무름의 기술은 우리를 멈추어 서도록 만든다. 멈추어 서야 한다. 사색적 삶이 활동적 삶보다 아름답다. 머무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을 기대하고 있다. 시간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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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규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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