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던 62세의 미국인 의사 크리스토퍼 컬리쉬가 고산병으로 쓰러져 숨졌다. 올 봄 에베레스트 등반도중 목숨을 잃은 사람은 그를 포함해 모두 11명에 달한다. 악천후나 눈사태 등 자연재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에베레스트에서 이렇게 많은 인명사고가 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티베트어로 세계의 어머니를 뜻하는 ‘초모룽마’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7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었던 곳이었다. 이 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사람은 뉴질랜드의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에드먼드 힐러리였다. 1952년 첫 번째 등정에 실패한 그는 다음 해 재도전하여 1953년 5월29일 쉐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마침내 역사적인 정상등정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오늘 에베레스트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등반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정상 직전의 이른바 ‘데스 존(Death Zone)’으로 불리는 수백 미터 구간에는 정상에 오를 차례를 기다리는 등반객들이 줄지어 서 있어 디즈니랜드의 매표소 앞을 방불케 하고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있고 등반 도중 사망한 시신들이 여기 저기 방치되어 있다. 한 두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등산로를 통과하기위해서는 때로 시신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세계의 어머니 산’이라는 에베레스트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을까. 네팔 정부는 신청자의 등반경험이나 건강상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1만1,000달러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누구에게나 등반허가증을 내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년 중 기후가 가장 좋은 5월이 되면 산 정상을 300~400 미터 남겨놓은 마지막 구간은 등반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줄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곳은 해발 8,500m로 항공기 순항고도인 1만m에 육박한다.
고도가 높아 공기 중 산소량은 지상의 3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 압축산소통을 등에 메고 산소마크를 통해 숨을 쉬어야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산소가 다 떨어지면 바로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산소가 부족하면 폐와 뇌에 물이 차오르면서 숨이 가빠지고 판단력은 흐려진다. 근육이 이완되며 극도의 피로감으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이런 상태가 몇 시간 지속되면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자연에 대한 외경심 부족… 이 모든 것들이 ‘세계의 어머니 산’ 에베레스트를 진노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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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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