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딸을 얻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자라서 우리에게 왔다. 아들 벤이 얼마 전 아일랜드에서 결혼을 했다. 며느리의 어머니가 아이리쉬 집안이라 아일랜드 전통 결혼식을 하고 싶어해 그렇게 했다. 이것도 대물림인가? 내가 한국에서 전통 결혼식을 하지 않았는가? 산과 초원이 고풍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섬나라 아일랜드는 처음 갔지만 내 며느리의 나라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았고 좋게만 보였다. 감자가 주 산업인 1840년대 감자가 흉작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오늘날 미국에 사는 아이리쉬가 아일랜드에 사는 아이리쉬보다 많다고 한다. 아이리쉬의 끈끈한 단결력은 유태인 못지 않아 보인다.
아일랜드 날씨는 7월인데도 70도로 마치 가을 날씨 같았다. 90도를 오가는 워싱턴에서 간 아일랜드는 에어콘이 필요없었고 긴팔을 입어야 했다. 위도 상 캐나다 처럼 북쪽에 위치하여 겨울은 몹시 춥고 여름은 선선한 날씨로 관광산업이 많이 발달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 전날 리허설 디너에서 신랑측 대표로 내가 인사하는 차례가 있었다. 전부 백인들만 있는 파티장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인 나는 이렇게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반 아이리쉬입니다” 라고 말하니 여기 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말이 안되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아일랜드에 있고 내게 새로 생긴 딸이 아이리쉬 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을 이으니 또 폭소가 터졌다. 나는 벤과 새라에게 “은행구좌나 자동차 그리고 직장은 모두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교체가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서로 행복하게 영원히 잘 살기 바란다”고 했다.
결혼식 날, 나는 문득 내 결혼식을 떠올렸고 내 부모님의 마음이 생각났다. 힘들게 공부하다 늦게 낳았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속에 많은 것을 주지 못햇던 내 아들이 어느새 훌쩍 커서 가정을 꾸미고 그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는 현관문 같은 것인가 보다. 문을 열면 닫아야 할 때가 오고, 문을 닫으면 열 때가 오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그렇게 보시고 싶어했던 손주 결혼식이었다.
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옆에서 지켜 보아서인지 이번 봄에 돌아가신 새라 할아버님한테 그리도 살갑게 돌보아 드렸다고 사돈인 새라 아버지가 결혼식에서 벤을 칭찬해 주었다. 그런 사위를 맞아들이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목이 메는 인사말을 하셨다. 그 어떤 칭찬보다도 듣기 좋았던 내 아들 칭찬이었다.
나는 안다. 내 아들은 아무리 잘하려 해도 어느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할 것이며 그들의 인생은 파란 하늘도 보일 것이고 천둥 번개치는 하늘도 볼 것이다. 내가 아들에게 말해 주었던 말이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들려주려 한다. 무엇이든 미리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아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문이 열리고 어떠한 상황도 다 지나가는 것이다.
이제 가정을 이룬 너희들은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는 우리 속담이 있단다. 무엇이든 서로 의논하고 서로를 아끼며 불쌍하게 여기고 존중하거라. 청소년 상담을 하는 우리 며느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고 세상은 살아 볼만한 곳이고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가르치거라.
그 아이들이 마치 너희의 아이들인 양…. 언제나 주위를 돌아보고 감사하며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부탁한다. 아주 조촐하고 간소한 식구들만의 모임인 결혼식이 그렇게 멋있고 행복을 시작하는 첫걸음인 걸 난 처음 느꼈다.
아들아, 딸아 축하한다. 특히 성을 전으로 바꾼 내 딸, 축복한다. 정말 행복하게 시간을 아끼며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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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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