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12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내에 출몰하는 쥐의 70%를 없애는 데 예산 3,200만달러(약 37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다면적인 공격’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쥐 박멸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더블라지오를 포함해 거의 모든 뉴욕시장들이 많게는 수억달러의 예산을 써가며 쥐 소탕작전을 벌였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은 아예 시장실 산하에 ‘설치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대적인 쥐잡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뉴욕시의 ‘쥐와의 전쟁’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치된 도심 뒷골목(할렘)에 지저분하고 낡은 지하공간과 음식물 쓰레기에 관대한 문화 등 설치류가 살기 좋은 여건 때문에 300여년 전부터 뉴욕에는 쥐가 넘쳐났다.
1865년 뉴욕타임스에 “쥐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독일 동화 속) ‘피리 부는 사나이’를 고용해야 할 것 같다”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그동안 뉴욕시는 쥐 먹이에 피임약 살포, 쥐가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쓰레기통 설치 등 먹이사슬 차단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효과가 없는 상태다.쥐가 재빨리 옮겨 다니는데다 워낙 번식력이 강한 탓이다. 쥐는 태어난 지 8~12주면 생식활동을 시작해 보통 두 달에 한 번 5~7마리씩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에 얼마나 많은 쥐가 어슬렁거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4년 컬럼비아대가 약 200만마리로 추정했지만 2016년 뉴욕시 당국은 이보다 3배인 600만마리라고 추산했다. 시 인구(약 860만명)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 한 사람당 쥐 한 마리인 셈으로 ‘쥐와의 동거’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렇다 보니 뉴욕시 311개 핫라인에 접수되는 쥐 관련 민원이 지난해에만 1만8,000건에 달했다.
뉴욕시가 쥐 소탕을 위해 최근 ‘에코밀리’라는 장치를 동원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사각형 박스 모양인 이 장치 위쪽에 음식물을 놓아 쥐를 유혹하고, 쥐가 들어오면 바닥이 열려 통에 빠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통 안에는 식초와 알코올을 섞은 혼합물이 있는데 여기에 쥐가 빠지면 곧 정신을 잃고 죽게 된다고 한다. 한 통에 최대 80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 모양이다. 아이디어는 그럴 듯하나 효험이 있을지 의문이다. 쥐 친화적인 환경을 근본적으로 정화하지 않는 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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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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