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사회의 대표적 분규단체라는 불명예를 얻어온 한미동포재단이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하고 오는 24일 재출범한다. 수년에 걸쳐 계속된 만성적인 갈등과 내분으로 한미동포재단은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재정적으로도 거의 고갈된 상태이다. 주 검찰의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마침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지만 한미동포재단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그만큼 오랜 내홍으로 인한 상처는 깊고 후유증은 크다.
한미동포재단은 한인사회 공동재산인 한인회관 건물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한인회관은 초기 한인사회와 한국정부가 힘을 모아 마련한 상징적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물질적 가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될 남가주 한인커뮤니티의 자산이다. 그런 만큼 알뜰한 관리를 통해 자산을 잘 보존하고 불려가야 함에도 한미동포재단은 이런 책무를 저버린 채 싸움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는 사이 재단기금은 소송비용 등으로 소진되고 ‘말썽 단체’라는 딱지와 함께 빈껍데기 통장만 남았다.
한미동포재단 운영의 핵심적 가치는 ‘투명성’이라 할 수 있다. 공적인 돈을 만지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수입과 지출에 그 어떤 의혹도 뒤따라서는 안 되며 모든 과정과 내역은 있는 그대로 공개돼야 한다. 이런 원칙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이런 가치에 충실한 신망 있는 인사들로 이사진을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단 7명의 이사들로 출범하지만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이사들의 추가 선임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감사 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처럼 한미동포재단에 큰 기대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출범을 앞두고 재단이 보이고 있는 일부 비공개 행태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조심스러움과 신중함으로 해석하고 싶지만 하루속히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켜주길 당부한다.
한미동포재단이 내분과 단절 없이 본연의 소임을 다해왔더라면 지금쯤 상당한 기금이 축적돼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단의 파행으로 한인사회는 소중한 돈과 기회를 날려 보냈다. 새롭게 재단이 출범하지만 파행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단숨에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이사진의 인적쇄신이 재단운영의 쇄신으로 이어질 때 한미동포재단은 비로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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