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의 친구에게서 온 이메일을 읽었다. ‘노인’이라는 단어가 전혀 생소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 흥미로운 글이었다. 병고, 무기력, 의존, 외로움 등이 첫 이미지로 떠오르는 노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희망적이고 의미 있으며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글의 내용은 어느 노인대학의 학기주제였던 ‘존경받는 노인 되기’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노인 비율 21%인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더 우울한 뉴스는 노인 빈곤비율이 OECD 국가들 중 유일하게 45%를 넘은 것이다. 빈곤율 1위와 자살률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느끼면서 살아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혐오, 학대, 고독사 등은 이제 신문 지면뿐이 아닌 주위의 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민’ 이라는 생의 전환점을 겪은 미주 한인들은 한국의 노인들이 경험하지 않은, 다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질곡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고,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고 백범 김구 선생은 말씀하셨다. 그만큼 노인들의 처신이 중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다.
이제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는 나이를 살고 있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웰에이징(well-aging)을 생각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생의 시간 관리가 중요하기에 ‘시테크’가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필요한 것이 ‘노인’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친구관리이다. 그래서 ‘우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노인의 사중고는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라고 한다. 이런 위치에 있는 노인들의 83%가 TV시청으로 현실을 도피하며 버틴다고 한다.
외로운 노년에 친구는 연금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친구나 좋은 이웃이 있으면 최소한 고독사는 피할 수가 있기에 ‘재테크’, ‘시테크’ 보다 ‘우테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년에 열정을 가지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70대에 의해서 성취되었다. 그리고 23%는 70-80세 노인에 의하여, 그리고 6%는 80대에 성취되었다고 한다. 결국 64%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해서 성취되었다. 연륜에 따른 삶의 깊이와 사랑의 침잠 덕분일 것이다.
여기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현대인들의 번개 같은 생각보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룰 수 없습니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고,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옵니다.” 백범 선생의 이 말씀은 나태하게 늘어진 우리의 방황하는 정신을 죽비로 일깨운다.
남가주의 많은 교회들이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은퇴 한인들의 남아도는 시간의 활용을 돕고 있다. 교회뿐 아니라 교육원이나 지역사회 단체들 역시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나이에?” 하는 어색함이 없지 않지만,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루고 나를 넘어서야 발전이 있기에 많은 분들이 어려운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인생의 끝을 향해가는 여정에서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신선한 지식을 얻는 경험은 우리 생에 한 모금 샘물이 된다고 확신한다.
이 또한 ‘우테크’의 첩경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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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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