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6년 반이 되었다. 2013년 7월 30일 아침이었다. 행사 시작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데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미국 주류언론 TV 방송사 차량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 차량을 바라보면서 아침 9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했었다.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하고 묻는 앵커의 질문에 “이 먼 미국 땅에 소녀상을 모셔다 놓고 보니, 성노예 어머니 한 분을 이 공원에 모셔다 놓은 듯,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바람이 불면 어떻게 하나 누가 해코지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자꾸 생겨나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던 생각이 난다.
지난달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동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많이 놀라고 분노했을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소녀, 잘 있는지요”라는 한국 TV방송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한인들을 놀라게 하고 마음 졸이게 한 것은,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의 끈질기고 끈질긴 소송이었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소송을 적절하게 잘 대처해 승리함으로써 글렌데일의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내 공공부지에 세워진 첫번째 인권의 상징물이 되었다. 설립자의 이름도 성도 없이 순수하게 미주 한인들의 염원이 담긴, 글렌데일 시의 재산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소녀상 건립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던 아르메니안 커뮤니티가 글렌데일 중앙 도서관 부지에 6만 평방피트 3층 규모로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 시공을 앞두고 기금모금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따라서 중앙도서관 공원은 아르메니안 박물관 건립에 맞추어 새롭게 조성이 될 예정이며, 평화의 소녀상 주변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를 계기로 우리도 소녀상 주변 환경을 보다 더 안전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가꾸는데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었다.
아르메니아 박물관 건립을 위해 이미 게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5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고, 1만 달러 이상 기부자로 구성된 설립자 서클(Founder’s Circle)에는 300명 이상이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는 12월 8일 두번째 기금모금 갈라의 목표는 3,000만 달러이며, 미국 주류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인 기금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호시탐탐 소녀상 철거 빌미를 노리는 일본정부와 극우세력들은 아르메니아 박물관 건립을 절호의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 소녀상 보호 의지가 강한 글렌데일 시의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이 아무리 교활한 꼼수를 부린다 해도 굳건한 인권의 연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한인들도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와 협력했으면 한다.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더욱 자랑스러운, 우리 커뮤니티가 세운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을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겠다. 그런 강한 연대의 마음을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마음껏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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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전 가주한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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