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백러시아(White Russia)’로 불렸던 나라의 공식 명칭은 벨라루스 공화국이다. 벨라루스는 하얗다는 뜻의 ‘벨’과 민족 명칭 ‘루스’의 합성어다. 흰 피부와 회색 눈동자를 지닌 벨라루스인들은 하얀색을 좋아해 흰옷을 즐겨 입고 집 벽도 하얗게 칠했다.
유럽 동부의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폴란드·우크라이나·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해안선이 전혀 없다.
폴란드·러시아·독일 등의 지배를 거친 벨라루스는 1922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이 돼 구소련에 편입됐다가 구소련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한데 인구는 960만명가량이다. 벨라루스는 ‘숲과 호수의 나라’로도 통한다. 폴란드와의 국경 근처에 유럽 최대 원시림이 있는데다 국토 북부에 빙하 작용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은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정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벨라루스 대통령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소련 시절 집단농장 농장주였던 루카셴코는 1994년 대통령에 선출된 뒤 25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
17일 실시된 총선에서 110명의 하원의원 당선자 중 야당 성향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야권 후보 2명이 당선됐으나 이들은 이번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이번 총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자친구이자 ‘2018 미스 벨라루스’ 입상자인 마리아 바실리예비치가 22세로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루카셴코에게 1975년 결혼한 부인이 있지만 별거 중이다. 그는 15세 아들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했다. 자신의 주치의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루카셴코는 1999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통합조약을 체결한 뒤 러시아에 의존하고 서유럽 국가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민주화 바람을 차단했다. 구소련 시절의 정보경찰을 해체하지 않고 활용해 반대세력을 철저히 감시해왔다.
동유럽 중 상대적으로 발전된 공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영원한 권력은 없다. 벨라루스가 ‘형제 국가’로 지내온 러시아와의 마찰로 경기침체를 겪는 가운데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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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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