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한국사회에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다.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도 투자만 잘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재테크와 관련한 책들이 신간목록을 채웠고, 카페와 블로그에서는 ‘10억 모으기’ 열풍이 불었다. 과거 예금·적금·대출 등 비교적 단순한 상품만을 취급하던 금융회사들도 펀드나 신탁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문제는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위험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시장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했다가는 돈을 벌기는커녕 원금 보전도 힘들 수 있다.
고도성장과 고금리의 시대를 지나 한국도 전인미답의 ‘제로이코노미’의 덫에 걸렸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저축만으로는 자산을 관리하기 힘들다. 어렸을 때 접한 금융환경과 성인이 되어 직접 체감하는 금융환경이 너무 달라진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금융지식으로는 정작 돈을 벌어 저축이나 투자 등 중요한 금융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면 금융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선진국들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교육을 강조한다. 영국이나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금융지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올 초 발표한 ‘2018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 지수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약한 금융이해력은 국내 가계자산의 비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8년 우리나라 가계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 비중은 각각 75%, 25%이었다. 전체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이 35%, 일본이 43%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부동산에 쏠려있다. 부동산에 집중된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은데 반해 상품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의 부동산 자산이 상당부분 은행의 대출과 맞물려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금처럼 안정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워 ‘잘한 투자’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P2P(Peer to Peer) 투자, 리츠(부동산 전문 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나 올해 터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이나 일부 자산운용사의 환매 중단 등의 사태를 보면 여전히 사람들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심리에 휩쓸림이 심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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