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현재 10위인 국가 디지털 경쟁력 순위를 2030년에 3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AI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AI 전문인재를 연간 1만명씩 육성함으로써 2030년까지 455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의욕도 드러냈다.
하지만 실행과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각 부처에서 내놓은 AI 관련 정책을 짜깁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공데이터 전면개방’이나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개발’ 등은 앞서 발표했던 내용에서 포장만 바꾼 재탕 정책이다. 교직원 겸직제한 완화는 재원 마련이나 자격 요건 등 세부계획 없이 기업 임직원이 대학 강단에 서거나 교수가 기업체에서 일할 수 있다는 선언적 문구에 그쳤다. 전 세계 AI 톱티어급 인재가 100여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이들부터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안일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동결됐던 대학 정원도 대학별 최대 300명에 달하는 결손인원에 맞춰 AI학과를 신·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매년 유동적인 결손인원을 어떻게 예상하고 필요한 강좌를 마련할지, 다른 학과와의 형평성이나 학생의 전공선택권 등 예측 가능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세부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 계획에는 현실성이 떨어진 뜬구름 잡는 구상도 적지 않다. 앞으로 10년간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경쟁국이 AI 선점을 위해 해마다 수십조원씩 쏟아 붓는 상황에서 1,000억원씩 투자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니 아무리 장밋빛 전망이라도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정부의 바람대로 ‘정보기술(IT)강국을 넘어 AI강국’이 가능하려면 이번에 발표한 100대 실행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키울 정책은 키우고 버릴 정책은 버리는 취사선택은 물론이다. 국회에 가로막힌 데이터 3법 처리를 비롯해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과감한 규제혁신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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