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운힐’(Downhill) ★★½ (5개 만점)

피트(왼쪽)와 빌리가 자기들을 향해 내려오는 눈사태를 겁에 질려 바라보고 있다
원작만한 리메이크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여실히 나타난 무덤덤한 영화다. 다크 코미디 기가 있는 심리 스릴러이자 가부장의 권위와 위선적 행동을 날카롭게 파헤쳤던 스웨덴 영화 ‘포스 마죄르’(Force Majeure-불가항력이라는 뜻)의 미국 판 리메이크인데 설익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통렬한 비판과 독창성 및 날선 위트 등이 모두 빠져 나간 맹물 같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중의 하나인 남편 역의 코미디언 윌 퍼렐이 어쩔 줄을 모르고 엉거주춤하면서 빈약한 연기를 해 완전히 미스 캐스팅이다. 두 감독 냇 팩슨과 짐 래쉬가 영화를 강한 산성이 있는 드라마보다 코미디 쪽으로 몰고 간 것도 실수다.
부동산업자인 피트(퍼렐)와 그의 아내로 변호사인 빌리(줄리아 루이스-드라이퍼스)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오스트리아 알프스로 스키여행을 온다. 어느 날 가족이 식당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눈사태가 나면서 산더미만한 눈이 이들을 덮친다.
이에 피트는 가족을 내버리고 셀폰을 집어든 채 현장에서 내뺀다. 피트가 얼마 후 무사한 가족에게 돌아오면서 그는 아내와 두 아들로부터 타인처럼 취급 받는다. 피트가 자기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그의 가족 간에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냉기가 감돈다.
피트는 알프스에 온 회사 동료직원 잭(잭 우즈)과 그의 애인 로지(조이 차오)를 자기 방으로 초대하는데 여기서 남편의 행위를 꾹 참던 빌리가 마침내 분노를 폭발하면서 피트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런데도 피트가 자기 정당화와 변명을 하면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자 빌리가 증인으로 두 아들까지 불러 피트의 행위를 고발한다.
미국영화가 다 그렇듯이 끝에 가서 발뺌을 하듯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끝나 허탈하기 짝이 없다. 비겁한 결말이다. 영화의 감정적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호텔 종업원으로 나오는 샬롯(미란다 오토). 샬롯이 강한 액센트를 써 가면서 자기는 겨울에는 호텔 손님과 자고 여름이면 남편이 있는 농촌으로 돌아간다면서 과장된 연기와 함께 떠들어대는데 못 봐주겠다.
잭과 로지 역과 함께 두 아들 역도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다. 하나 볼만한 것은 루이스-드라이퍼스의 연기다. 남편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를 몰라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아주 사실적이다. R등급.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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