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인턴십을 구하는 게 어려워 쩔쩔매던 내가 벌써 인턴십 2주차에 접어들었다. 합격 통보 전, 나에게 완벽한 위치와 복지의 테크회사에서 인턴 면접을 봤는데, 쾌적한 사무실과 편안한 면접 분위기, 자유 복장의 다국적 직원들, 무한 리필 사내 카페, 그리고 책장 가득 꽂혀 있는 몇 백 권의 만화책에 반해 꼭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 후 연휴 전까지 결과를 알려주신다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아 연휴 내내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 밤부터는 내가 합격하지 않아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혼자 단정지었다. 다시 한번 합격하지 못했다는 엄청난 자괴감과 일명 멘탈붕괴가 미친듯이 밀려왔다. 이력서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무급 인턴 자리까지 모두 링크를 열어놓고 비장한 마음으로 아침 7시쯤 잠이 들었다.
겨우 1시쯤 일어났는데,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샤워를 한 후 핸드폰을 다시 체크해보니 그 기업의 HR 담당자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바로 전화를 드리고 합격 통지를 받은 후, 정말 UC버클리에 붙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가족 카톡방에 글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정말 좋은 팀원 분들과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인턴에게 중요한 트레이닝과 업무 설명을 거쳐 정말 빠르게 실무에 참여하게 되었다. 7시에 칼퇴근을 하면 회사 책장에서 읽고 싶은 만화책을 대여해 집에 오는 것이 일상이 됐다. 매일 많이 듣고, 보고, 배우느라 퇴근을 할 때쯤에는 몸은 힘드지만 높은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집에 돌아온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과 일상에 대한 필요성의 부재였다. 실제로 수업을 들으러 일어나 강의실까지 걸어간 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필요했다. 하지만 수업 출석이 필수가 아니게 되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과 나의 노력이 모두 필요 없어졌다. 나는 오랜 시간을 맘 편하게 쉴 수 없는 성격이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3일 후부터 인턴 출근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나에겐 꼭 필요하다. 간절히 원했고 소중하게 다가온 기회인 만큼 이번 여름이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한다.
<허경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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