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간만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창문을 열고 환기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동안 산불로 인해 공기가 좋지 않아 창문도 열지 못하고 뿌연 하늘과 공기 중의 재로 인해 온세상이 잿빛이었다.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는 회색이 되었고 창문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물을 뿌려 재와 먼지들을 닦아내었지만 곧 또다시 재와 먼지도 뒤덮히게 되었다. 집안도 창문을 열지 못해서 그런가 검정색 책꽃이 위의 먼지들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햇빛이 비추는 거실을 보고 있으니 곳곳에 쌓여있는 먼지들이 보였다. 네 식구가 온종일 집에서만 생활을 하니 여기저기 머리카락과 먼지가 눈이 띈다. 특히 내 눈에 먼지와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잘 보이는지 눈에 거슬린다.
나는 대단히 깔끔하거나 깨끗한 사람은 아니지만 먼지와 머리카락이 보기 싫어서 청소를 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카펫이 너무나 싫었고 화장실을 물로 닦을 수 없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보통의 렌트 집은 전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에 따라 집의 상태가 결정되었다. 가구도 별로 없고 아이도 없던 때라 나는 열심히 쓸고 닦았다. 뉴저지에서 살 때는 우연히도 내가 청소를 할 때마다 주인 아줌마가 오셔서 나를 매우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
재작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핫딜로 고민하던 무선청소기를 샀는데, 청소기가 생긴 후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눈앞에 보이는 먼지를 바로바로 청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청소 더 자주 열심히 하는데 먼지들은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전에 보이지 않던 먼지들은 다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틴에이저인 우리 딸의 머리카락과 나도 모르게 가구 위에 쌓여가는 먼지들은 나의 청소가 무색하게 티도 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티도 나지 않는 청소이지만 하지 않으면 엄청 티나게 더러울 우리집을 생각하면서, 나는 무선청소기를 돌리고 부엌에 쌓여 있는 설거지를 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집안을 보면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려 한다.
<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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