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때 무슨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할 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일반 미국가정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 미국인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돈을 어디에 쓰실 계획인가.
“남을 위한 선물 보다 스스로 위안을 느낄 수 있는 경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싶다”가 정답. 팬데믹에 지친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누리고 싶어 했다. 해마다 성탄 장식을 해 오던 집들은 올해도 색 전구를 처마에 내걸었다. “세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구나”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잠시 안심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가신 것’이라고 생각하던 가정에서 자랐다는 LA의 20대 중국계 청년은 올해 처음 룸 메이트와 함께 90달러짜리 트리를 사서 좁은 아파트를 장식했다. “비극적인 해의 마지막을 좀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예상 보다 많은 가정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고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팬데믹이 되면서 반려동물 수요와 용품 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전미 크리스마스 트리 협회는 “크리스마스 정신이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나가는데 도움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미시간 주에서는 지난해 보다 크리스마스 트리 매출이 50% 늘었다고 한다. 매년 버몬트 주에서 뉴욕시까지 트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한 업체는 96가 위쪽, 북부 맨해튼에서만 올해 1만5,000그루 이상이 팔려 작년 이맘 때의 2배라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나무 농장에서 재배한다. 야생의 숲에서 베어 내는 것이 아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경우 매년 410만 그루의 트리가 농장에서 공급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3,300만에서 3,600만, 유럽에서는 5~6,000만 그루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하지만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렵다.
나무는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수요 예측을 잘못하면 공급이 달릴 수 있다. 올해 같은 경우 넉넉한 공급은 어렵지 않나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불경기의 여파가 지금 미치고 있다고 한다.
당시 농장들은 불경기를 감안해 트리 출하량을 줄였다. 그 때문에 요즘 내놓을 수 있는 나무의 경작지가 줄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대부분 10년생을 베어낸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농사인 것이다.
미국의 시장 사정은 카나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 크리스마스 트리 재배자 협회는 “남쪽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주문량을 맞추기 어렵다”고 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리 구하기가 어려워 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전국적인 수요는 맞출 수 있으리라고 한다.
연방 농무부 센서스에 따르면 미 전역에 2만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이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는 주로 전나무와 일부 소나무 종류 등 10여종이 이용된다.
성탄 카드에 자주 등장하는 발삼 전나무(Balsam Fir) 등은 우아한 품격마저 갖춘 아름다운 나무다. 생목은 은은한 솔향을 풍기게 된다. 나무 종류에 따라 향의 농도가 진한 것을 골라 들여 놓을 수도 있다.
이 맘 때면 동네 공터가 트리 가든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월 마트, 홈 디포우, 로우, 타겟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에 주문하면 생나무도 집으로 배달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리에 처음 불 켜진 초를 매단 사람은 종교 개혁가 루터라고 한다. 인조 트리가 만들어진 것도 19세기 독일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인조 트리’ 광고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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