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A 씨는 10년 전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절도 기록이 문제가 되어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 씨는 과연 이 기록을 말소시킬 수 있을까?

버지니아에 법에 따라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형사 체포 및 기소 기록을 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 허용 범위가 다른 주에 비해 좁은 편이다.
원칙적으로는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거나(acquitted), 검사가 기소를 철회하거나(nolle prosequi) 기타 사유로 사건이 기각된 경우(otherwise dismissed)에만 기록 말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죄(conviction)가 선고된 경우에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다 하더라도 해당 기록을 말소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기소(charge)와 유죄 선고(conviction)를 구별해야 한다.

“기소”란 검사나 경찰관의 재량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특정 범죄에 대하여 혐의가 제기된 것을 의미하며, “유죄 선고”는 재판을 거쳐 혹은 피고인의 자백으로 인해 유죄가 확정된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범죄에 기소되었다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면, 유죄 기록은 남지 않겠지만 기소 및 체포 사실은 여전히 범죄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소 내용만으로도 취직이나 기타 신원조회 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상 사법 기관 종사자들은 특정 개인의 범죄 기록에서 기소와 유죄 확정의 차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며, 일반인들은 법조인이 아닌 이상 두 개념을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분명히 기소 내용에 대해 무죄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 기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

예시에 언급된 A 씨의 경우 10년 전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었는지에 따라 말소 여부가 달라진다. 만약 유죄로 확정되었다면 현재로서는 말소시킬 방법이 전혀 없다. 그러나 사건이 기각(dismiss)되었다면, 조건에 따라 기소 및 체포 기록을 말소시킬 수 있다.
또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사건 기록의 열람 가능 여부이다. 버지니아의 경우 경범죄 기록은 10년간 보관 후 폐기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법원 기록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사건 기록을 알아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쓰인 2021년 2월 말 현재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말소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경범죄는 유죄 선고 이후 8년, 중범죄는 12년 동안 추가 위법 사실이 없는 경우 유죄 기록 말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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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 변호사 (VA/DC/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