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욕 지하철에서 미국계 아시안이라 짐작되는 35살 청년을 ‘누군가’ 지하철 선로로 밀었다. 다행히 주위 도움으로 살았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제는 운명처럼 차별받던 시대도 지났지만, 아시안 이민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받은 차별은 컸다. 칭기스칸에 놀라 황색 공포(Yellow Peril)라며 동양인을 위험인물로 여겼고, 시민권을 받을 수 없고 땅, 가옥, 건물도 살 수 없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 서부지역 일본계 미국인이 일본에 동조할까 싶어, 약 12만 명을 강제 수용소로 이주시켰다. 일인 피가 1/8만 섞여도 보냈는데 그중 2/3가 미국 시민권자였다.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던 그들은 조국(미국)에 대한 충성을 입증하려고 전시물자 생산에 적극 협력하며 눈물로 조상 탓을 했을 것이다. 그때 한인 또한 살기 위해 ‘나는 한인이다’라는 배지를 달고 다녔다. 그래도 요즘이 더 두려운 이유는 피도 눈물도 없이 총을 쏘고 대낮 무차별 폭행으로 목숨을 빼앗기 때문이다.
뉴욕사건 후 세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너희는 한국계 미국인이니 ‘네 얼굴을 알라!’는 엄마의 소크라테스적 메시지였는데, 모두 듣는 둥 마는 둥 ‘나이든, 동양, 여자’ 삼박자에 맞춤형인 “엄마나 잘 하세요!”라는 투다. 내 얼굴 내 나이가 어때서 외출도 말라니, 팬더믹으로 묶은 손발에 얼굴도 묶을 판이다.
한국계 최초로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샌드라 오는, 두개의 골든 글로브 상, 시상식 첫 MC 등 아시아계 배우로 기록들을 깼다. 피츠버그 ‘아시안 증오 멈춰라!(Stop Asian Hate!)’ 집회에서 적극 규탄하며 확성기를 쥔 그녀가 선두에서 감동 연설로 박수를 받았다. 자신이 아시안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영향력 있는 할리우드 스타, 글쓰기에서 자랑은 금물이지만 필요한 때 큰 목소리로 힘 되어 준 그녀가 내 외사촌 조카인 것이 자랑스럽다.
2016년 미국 법은 아시안 이민을 비하하고 차별해온 ‘오리엔탈(Oriental)’이란 말 대신 ‘아시안 아메리칸(Asian American)’으로 부르도록 했다. 하지만 자신의 불만을 차별로 해소하려는 ‘누군가’들은 어릴 적 듣던 ‘미국 놈 믿지 마라’는 말을 자꾸 귀에 맴돌게 한다. 우리가 좋아서 온 나라에서 선택권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얼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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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북산책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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