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올림픽 배구 경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 인근에 사는 두 쌍의 친구 부부를 초대했다. 외출했다 내가 들어서자 와인을 마시던 중이라며 합석하기를 청한다. 처음 보는 친구들이라 얼굴도 익힐 겸 잠깐 자리에 앉았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내 손목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는 스마트 워치가 눈길을 끌었는지 이구동성으로 듣기 좋은 칭찬을 한다. “어머니 멋지세요, 젊어 보이시구요.”
나는 액세서리 착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창 멋을 부릴 이십대에도 반지며 귀고리 등을 즐겨 하지 않았다. 시계차는 것도 불편해 손목시계 대신 목걸이 시계를 하고 다녔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이 있어 따로 시계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생일 선물로 스마트 워치를 받게 되었다. 모든 것이 시큰둥하고 중요한 것도 바쁠 것도 기쁠 것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받았을 때 한 번 차보고는 그냥 케이스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눈뜨면 바로 시계부터 차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처구니없는 그 해프닝을 겪은 후부터.
얼마 전, 집안에 수리할 곳이 있어 낯선 사람이 방문했다. 전화로 몇 번 통화는 했지만, 그 사람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방문객이 떠나고 핸드폰을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안내하며 같이 다녔던 집안 곳곳을 몇 번이나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갑자기 도난당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허겁지겁 아들네로 달려갔다. 혼자가 되고 보니 판단력도 흐려지고 무슨 일이 생기면 겁부터 난다. 아들은 먼저 내 핸드폰에 전화하여 벨 소리 나는 것을 확인하더니 도난당한 게 아니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엄마, 만약 그 사람이 핸드폰을 몰래 가져갔다면 추적을 막기 위해 제일 먼저 전원을 끄고 유심부터 뺐을 거예요. 그리고 전화 회사에 연락하면 마지막 통화자의 번호도 알 수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면 돼요.”
집안으로 들어서며 스마트 워치에서 폰 찾는 아이콘을 누르자, 요란한 벨 소리가 울린다. 내 핸드폰은 세탁실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엄마 앞으로는 꼭 시계를 차고 다니세요. 하루 운동량도 체크할 수 있고 운전 중에 오는 전화도 손목만 틀면 누군지 알 수 있어 편리해요.” 아들이 이런저런 시계 사용법을 다시 설명하며 당부했지만, 핸드폰 찾는 기능만으로도 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김희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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