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반려 식물에 관심이 커졌다. 특히나 요즘은 식물이 가장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알아가는 중인데,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종마다 최적화된 온도, 습도, 햇빛의 정도, 흙의 종류, 화분의 크기 등 필요한 환경이 제각기 달라서, 키우려는 장소가 과연 적합한지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창피하지만 나는 이미 몇 년 전 야심차게 데리고 온 반려 식물을 지키지 못한 전적이 있다. 물 주는 것을 자주 잊어버렸고, 말라버린 잎사귀를 몇 번이나 떼어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 댁에서 십여 년이 넘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반려 식물을 발견했을 때 나는 주저없이 저녁을 준비 중이던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분명 엄마의 작품일 것이다. 아무리 시들해진 식물도 엄마 손에 맡겨두면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푸른 비단 같이 매끄러워지곤 했다. 엄마가 쏘아올린 작은 화분 하나가 여러 개의 새싹을 만들어 다양한 화분으로 옮겨지는 것 또한 나는 자주 보았다. 요리에 집중하고 있던 엄마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내 질문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고 젖은 손을 툭툭 털며 화분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그것은 엄마의 적절하고 한결같은 보살핌이었다. 때가 되면 잊지 않고 흙을 갈아주고, 새로운 화분으로 옮겨주고, 잎사귀를 이따금 닦아주며, 적절한 시간에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어주었다. 멀리 두지는 않되 적당한 거리에 화분들을 놓아두고, 조금씩 화분을 돌려주어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심심한 낮에는 말도 건네어 보고, 쓸쓸할 때는 식탁에 앉아 서로 바라보며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옆에 항상 꼭 붙들어 매어 놓고, 멈추지 않게 물을 붓는다고 해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잘할 거라며 무조건 방치해 둔다고 해서 자립심 강한 씨앗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제일 비싼 화분을 사고 그 안에 제일 비싼 흙을 부어준다고 해서 모든 새싹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완벽한 삶의 환경을 조성해준다 해도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보살핌이 없는 삶은 누구에게나 위태롭다. 아마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이러한 보살핌이겠지. 나는 엄마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이른 저녁 간지럽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푸른빛 잎사귀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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