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도 비인듯 비도 안개인듯 사는 곳이 그래서 거의 늘 축축한 아침을 맞는다. 라디오에서 수잔 베가(Suzanne Vega)의 아카펠라, ‘탐네 식당(Tom’s Diner)’이 흘러나온다. 물론 영국의 댄서 프로듀서 DNA가 비트를 넣어 리믹스한 경쾌한 버전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한 점의 그림을 보는 듯 언제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세상이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게 느껴진다는 사진작가 친구의 말을 듣고, 실험삼아, 보이는 대로 단숨에 가사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커피를 따라주다 말고 딴곳을 보는 바텐더에게 화를 내려는 순간, 단골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챈다. 아침인사로 키스를 나누기에 신문을 들춰서 연예인 기사나 별점을 보며 못 본 체한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니, 웬 여자가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열심히 보고 있다. 머리가 젖는 것도 아랑곳 없이... 마침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에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단골 식당에 앉아 아침커피를 마시는 동안, 의식의 흐름을 따라 눈에 띄는 단상들을 담백하게 서술한 이 얘기가 가사의 전부이다. 사랑타령도 없고,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 단순함이 참 좋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상을 다시 셧다운 상태로 몰아가고, 기후변화로 곳곳에 폭염과 가뭄, 혹은 홍수가 빈발한다. 한달도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는 딕시를 비롯 산불로 인해 목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다. 그 아까운 나무들은 어쩔 것인가! 진도 7이 넘는 아이티의 강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소식으로 흡사 지구촌이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듯 평온한 날이 없다. 이 불안감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차라리 세상이 나랑 상관없는 거울 속의 이미지였음 좋겠다 싶어진다. 한국서 유행하는 말, ‘멍때리기’를 하면 복잡한 마음이 비워지려는지... 불멍, 물멍, 산멍 등 많기도 한데, 노래처럼 창밖을 멍하게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이 가능이나 할는지 알 수도 없다.
식당도 이제부터는 백신증서를 지참해야만 갈 수 있다고 하니, 어쩌다 한 번 가던 것도 그만두어야 할 형편이다. 아이들 어릴 때, 부산했던 아침이 끝나면, 동네 아줌마들하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면서 시간을 죽이던(?) 그때가 차라리 그립다.
<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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