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넓지 않은 조그마한 정원 땅때기에 심어진 감나무와 장미 넝쿨을 밀치고 어렵사리 자리잡은 고추 모종 여나문 남짓, 그 중 절반 정도가 비실거리고 노랗게 잎이 시들어가니 영 고추열매를 못맺을 것같아 철거 통고를 하고 정리하는 중이었다.
한 모퉁이에 남아있는 고추나무 한 그루가 힘들게 살아보겠노라고 감나무에 가려진 햇살을 보겠노라고 온몸으로 비집고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 안쓰럽지만 다른 모종처럼 해고통지를 내렸다.
그러자 그 못생긴 고추나무는 온몸으로 완강히 해고를 거부하며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자기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보겠노라고 애원하는 듯하여 좋은 마음으로 대문 옆 양지바른 곳에 옮겨 심었다.
내가 들며나며 쳐다보고 물도 주고 하면서 관심을 보이자 그 못생긴(허약한) 고추나무는 감동을 먹었는 지 며칠 후에는 작지만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사랑하는 여인처럼 수줍어하며 뽀얀 꽃을 피웠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 연약한 고추나무는 꼬부라지고 열매 같지도 않은 고추를 힘들게 매달았다. 대견스럽다. 나의 어릴 적의 처지와 비슷하여 오며가며 유심히 쳐다본다.
그 삐뚤어지고 가는 고추 열매를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회상한다. 지난 밤 폭우와 바람에 다른 실하고 키 큰 나무는 다 모두 쓰러졌지만 그 친구는 쓰러지지 않고 가만히 으스대면서 오늘도 나에게 위안을 준다. 그리고 속삭인다.
“보세요, 요한씨, 나는 할 수 있다오, 내 비록 작지만 나는 할 수 있다오.” 하며 말하는 듯하다.
눈물겨운 몸부림으로 살아남은 고추나무가 나에게 위안을 준다. 깜박거리는 심지도 함부로 끄지 않으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생각한다. 우리는, 나는 하느님 정원에 심어진 연약한 화초이기에 들며 나시면서 우리를 돌보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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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외태/퀸즈 롱아일랜드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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